나는 새 학기마다 인터넷 때문에 학생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선생이다.인터넷을 쓰게 되면서 생활 전반이 편리해진 점은 인정한다.또 불과 몇년만에 인터넷이 학교와 학생,그리고 선생님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온 것도 사실이다.과제물 준비부터 교우 관계,학사 행정,진로 상담과 관련된 것까지 인터넷 하나면 모두 해결된다.
그러나 학교 현장은 인터넷으로 무시 못할 부작용이 휩쓸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길이 없다.인터넷 하나가 학생과 선생님,학생과 학교 심지어 학생들간에도 반드시 지키고 나누어야 할 것들마저 흐트러지게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예를 들어 대학교에선 새 학기마다 수강신청 상담을 위해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았다.또 과제물을 어떻게 써야 할지 문의하는 학생들도 자주 보았다.하지만 인터넷은 도무지 선생님과 학생들을 직접 만나게 해주지 않는다.인터넷으로 물어보고 인터넷으로 답을 찾는 등 다른 수고를 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학생들의 이런 인터넷 만능주의에 대한 나의 처방전은 다음과 같다.
첫째,과제물은 자필로 써라.학생들이 내는 과제물이 모두 프린트물이기 때문이다.어느해 소설 감상문 과제물을 받고 놀란 일이 있다.전체 수강생 40여명 중 10명이 토씨 몇개만 틀리고 똑같은 내용을 버젓이 제출했다.인터넷에 있는 내용을 문단 순서와 글씨체만 바꾼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다른 학생의 과제물을 베껴 그대로 내는 경우가 있었다.하지만 요즘은 무슨 내용인지 직접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프린트 한장 달랑 내고 마는 경우가 태반이다.
둘째,잘 모르겠더라도 자기 생각을 정리해 써라.요즘 과제물은 전반적으로 수준이 매우 높다.예전에는 좋은 과제물도 나쁜 과제물도 모두 볼 수 있었다.그러나 요즘은 학생의 수준인지 의구심을 갖게 되는 과제물이 수두룩하다.다른 사람이 만들어 낸 이론이나 생각을 각주나 설명하나 없이 제출한다.지성인으로서 아무런 미안함과 죄스러움도 느끼지 않은 채 말이다.인터넷이 타인의 학문적 업적이나 성취물을 마음대로 열람하게 함으로써 전체 학생들의 수준을 향상(?)시켰을지 몰라도 치졸한 얌체족들을 증가시킨 꼴이다.
셋째,맞춤법도엉망이 됐다.대학생들이 모국어에 대한 애정이 있느냐 할 정도다.통신용 어투가 범람하고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축약문들이 쏟아져 나온다.애교로 봐 줄 정도를 넘어섰다는 생각이다.과제물을 받아 보면 잘못된 표기를 해놓고 그 문장 부분에는 강조를 해두는 학생도 있을 정도다.
인터넷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고 일상 생활 대부분을 처리하는 대학생들이 실제 규칙과 사이버의 문화를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바르고 정확한 우리말과 글을 다음 세대로 전해줘야 하는 데는 학생들의 역할이 크다.
끝으로 편지 쓰기의 문제이다.연말 연시에 나는 외국인 학생으로부터 몇 통의 편지를 받았다.삐뚤삐뚤 쓴 한글이었지만 선생님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받은 연하장은 이메일뿐이었다.내용도 고작 “선생님,안녕” 정도였다.물론 보내는 이의 마음이 중요하겠지만,정성을 다해 쓴 편지는 인터넷 연하장에 비할 바가 아니다.빠르게만 처리되고 정확하게 전달해 주는 인터넷이 능사가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정보화시대의 빠른 일상은 마치 폭풍우와 같아서 보듬어야 하는 아름다운 나무와 꽃도 쓸어버리지나 않을까 우려된다.이같이 안타까워지는 마음에 공감할 젊은 학생,네티즌들은 얼마나 있을까.
이 연 희
그러나 학교 현장은 인터넷으로 무시 못할 부작용이 휩쓸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길이 없다.인터넷 하나가 학생과 선생님,학생과 학교 심지어 학생들간에도 반드시 지키고 나누어야 할 것들마저 흐트러지게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예를 들어 대학교에선 새 학기마다 수강신청 상담을 위해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았다.또 과제물을 어떻게 써야 할지 문의하는 학생들도 자주 보았다.하지만 인터넷은 도무지 선생님과 학생들을 직접 만나게 해주지 않는다.인터넷으로 물어보고 인터넷으로 답을 찾는 등 다른 수고를 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학생들의 이런 인터넷 만능주의에 대한 나의 처방전은 다음과 같다.
첫째,과제물은 자필로 써라.학생들이 내는 과제물이 모두 프린트물이기 때문이다.어느해 소설 감상문 과제물을 받고 놀란 일이 있다.전체 수강생 40여명 중 10명이 토씨 몇개만 틀리고 똑같은 내용을 버젓이 제출했다.인터넷에 있는 내용을 문단 순서와 글씨체만 바꾼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다른 학생의 과제물을 베껴 그대로 내는 경우가 있었다.하지만 요즘은 무슨 내용인지 직접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프린트 한장 달랑 내고 마는 경우가 태반이다.
둘째,잘 모르겠더라도 자기 생각을 정리해 써라.요즘 과제물은 전반적으로 수준이 매우 높다.예전에는 좋은 과제물도 나쁜 과제물도 모두 볼 수 있었다.그러나 요즘은 학생의 수준인지 의구심을 갖게 되는 과제물이 수두룩하다.다른 사람이 만들어 낸 이론이나 생각을 각주나 설명하나 없이 제출한다.지성인으로서 아무런 미안함과 죄스러움도 느끼지 않은 채 말이다.인터넷이 타인의 학문적 업적이나 성취물을 마음대로 열람하게 함으로써 전체 학생들의 수준을 향상(?)시켰을지 몰라도 치졸한 얌체족들을 증가시킨 꼴이다.
셋째,맞춤법도엉망이 됐다.대학생들이 모국어에 대한 애정이 있느냐 할 정도다.통신용 어투가 범람하고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축약문들이 쏟아져 나온다.애교로 봐 줄 정도를 넘어섰다는 생각이다.과제물을 받아 보면 잘못된 표기를 해놓고 그 문장 부분에는 강조를 해두는 학생도 있을 정도다.
인터넷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고 일상 생활 대부분을 처리하는 대학생들이 실제 규칙과 사이버의 문화를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바르고 정확한 우리말과 글을 다음 세대로 전해줘야 하는 데는 학생들의 역할이 크다.
끝으로 편지 쓰기의 문제이다.연말 연시에 나는 외국인 학생으로부터 몇 통의 편지를 받았다.삐뚤삐뚤 쓴 한글이었지만 선생님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받은 연하장은 이메일뿐이었다.내용도 고작 “선생님,안녕” 정도였다.물론 보내는 이의 마음이 중요하겠지만,정성을 다해 쓴 편지는 인터넷 연하장에 비할 바가 아니다.빠르게만 처리되고 정확하게 전달해 주는 인터넷이 능사가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정보화시대의 빠른 일상은 마치 폭풍우와 같아서 보듬어야 하는 아름다운 나무와 꽃도 쓸어버리지나 않을까 우려된다.이같이 안타까워지는 마음에 공감할 젊은 학생,네티즌들은 얼마나 있을까.
이 연 희
2003-03-1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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