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연장운행 지하철 르포/ 막차취객 뒤처리 고달픈 새벽

심야연장운행 지하철 르포/ 막차취객 뒤처리 고달픈 새벽

입력 2003-03-13 00:00
수정 2003-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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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내리셔야죠.” “아가씨 집이 어디요,정신차리세요.” “안 되겠다,업고 옮기자.”

12일 새벽 1시.서울지하철 4호선 사당역에 도착한 전동차 안에서 벌어진 풍경이다.역무원과 공익근무요원 4명은 승객들이 모두 내린 전동차 안으로 뛰어들어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승객들을 ‘모시기’에 바빴다.지하철 심야 연장운행이 실시된 이후 흔히 볼 수 있는 이른바 ‘막차 취객 수송작전’이다.

●역무원들 금요일은 ‘魔요일'

심야 연장운행이 두 달을 넘기면서 업종에 따라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지하철 관계자들에겐 귀찮고 고달픈 새벽이 이어지고 있다.경기 침체에다 심야 승객까지 지하철에 빼앗긴 택시기사들은 한숨만 쉬고 있다.반면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대형 의류점과 술집 등 유흥업소와 짧은 야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희색이다.

사당역 관계자는 “연장운행이 실시된 뒤 막차탄 취객을 전담하는 인원을 2배로 늘렸다.”면서 “역무원 1명과 공익요원 1명이 하던 일을 지금은 4명이 간신히 해낸다.”고 말했다.특히 금요일은 주5일 근무제 여파가 겹치면서 역무원들 사이에 ‘마요일(魔曜日)’로 통할 정도다.

성수역 관계자는 “연장운행 시간대 이용자의 60% 이상이 만취승객”이라면서 “시민편의를 위한다는 연장운행이 취객편의만 봐주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석유값도 올랐는데 에너지절약 차원에서 당분간 연장운행을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시 ‘울고' 의류점·술집 ‘웃고'

매상이 줄어든 택시업계도 울상이다.N택시 관계자는 “본격 영업시작 시간이 밤 10시에서 11시 이후로 늘어졌다.”면서 “택시기사들의 수입은 10% 이상 줄었다.”고 털어놨다.10년 경력의 택시기사 김모(40·서울 성북구 장위동)씨는 “우리나라에서 택시는 대중교통수단이나 마찬가지인데,연장운행의 피해가 직접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담배만 피워댔다.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곳도 있다.예전엔 밤 11시 이후 손님의 발길이 끊겼던 동대문 의류상가들이다.

동대문 평화시장의 운영담당인 차경남(46)씨는 “지하철 덕에 손님이 5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인근 두산타워마케팅본부 전창수(32) 대리는 “지하철로 귀가할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늘면서 지난해 말에 비해 15∼20%가량 매출이 늘었다.”면서 싱글벙글했다.

●승객 하루 7만명이상 늘어

한편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이후 연장운행 관련 수송효과를 조사한 결과,하루 평균 7만명 이상의 승객이 늘었다고 밝혔다.특히 이 가운데 자정 이후 승객이 6만여명으로 약 8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연장운행을 실시하지 않는 토·일요일 평균 3만 8000∼4만 8000명과 비교해 거의 2배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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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석기자 surono@
2003-03-1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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