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라디오 DJ 30주년 김 기 덕

이 사람/ 라디오 DJ 30주년 김 기 덕

입력 2003-03-11 00:00
수정 2003-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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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학창시절에 방송을 즐겨 들었어요.아직도 마다∼나(마돈나의 발음)가 기억에 남아요.”(기자)

“아,마다∼나요?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고요.헤헤헤.”(DJ)

팝송을 듣고 자란 세대라면 이미 누구인지를 알아챘을 것이다.지금은 ‘골든 디스크’라는 프로그램을 맡고 있지만 ‘두 시의 데이트’다음에 붙는 것이 더욱 친숙한 이름 석자.김·기·덕(55).그가 올해로 라디오 진행 30주년을 맞았다.

“웃음소리,신기한 발음,실수만 기억해 주네요.진지한 메시지도 많이 전달했는데….‘on Air’라는 말처럼 방송 중 한 말은 그냥 공중에 흩어지는 것 같아요.” 그에 대한 이미지만 떠올린 채 별 생각없이 말을 건넨 기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김기덕은 연예인이나 개그맨이 아니라,국내에 팝송을 본격적으로 전파한 개척자이자,30년간 DJ로 한 우물을 판 방송계의 산 증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72년 MBC에 아나운서로 입사했지만 이듬해 우연히 선배 대신 라디오 진행을 맡은 것이 계기가 돼 78년 라디오 PD로 아예 소속을 바꿨다.“당시에는 TV에서 이름을날리고 싶었죠.팝송도 잘 몰랐습니다.그런데 잘 한다고 계속 시키더라고요.”

후회는 없단다.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 데다,그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말이다.대부분 그를 DJ로 알고 있지만,사실 그는 현재 MBC의 국장급 제작위원이자 라디오 PD이다.“뭐 상관없어요.내 딸도 아빠를 DJ인 줄로 아는데….”

약간은 ‘오버’다 싶을 정도로 활기넘치는 방송과 달리,그는 마른 데다 무척 예민해보였다.목소리도 차분하고 심지어는 수줍어하기까지 했다.기운이 없어 보인다고 말하자 “힘도 쓸 때 써야죠.”라며 웃었다.그는 삶의 에너지를 아꼈다가 방송 때 모두 쏟아내는 듯했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었을 세월이고 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을 터이지만 “지난 일인데.”라며 말을 아꼈다.

뭐니뭐니 해도 연예인 금품 비리사건에 연루되어 75년부터 진행했던 ‘두 시의 데이트’를 20년 만에 떠나야 했던 게 가장 아픈 기억일 것이다.당시 사건에선 무혐의 처리됐다.“아쉽지 않냐.”며 슬쩍 떠보자 배시시 웃기만 했다.

“오히려 지금은 1시간짜리 프로그램을 맡아 더 여유가 있어요.이제는 제가 해온 일들을 정리해야죠.”

그는 우리 가요의 질이 높아진 건 팝송을 듣고 자란 세대 덕이라고 말했다.“서태지를 기점으로 가요를 듣는 사람이 더 많아졌죠.팝송을 즐겨듣던 세대가 자라 그 감각을 살려 노래들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팝송이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리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했다.

최근에는 네티즌 18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김기덕의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베스트 100’이란 책을 발간했다.우리 문화에 깊은 영향을 미친 팝송을 수용자의 입장에서 정리한,흔치 않은 자료다.팝음악개론 같은 책을 계속 펴낼 계획이다.

지난 94년 단일 프로그램 최장수 진행으로 기네스북 인증서를 받아 보람을 느꼈다는 그는 “라디오 스타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휴식과 함께 알찬 상상력을 키워주는 것이 라디오가 가진 큰 장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79년대에 나온 팝송 ‘Video killed the radio star’를 비웃기라도 하듯,그의방송은 21세기에도 계속되고 있다.

김소연기자 purple@
2003-03-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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