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지난주의 일이다.정말 오랜만에 기차를 타고 수원역에 내렸다.예전의 초라했던 역사(驛舍)는 온데간데없고 12만 8000여 평방미터의 초현대식 6층 역사가 위용을 자랑하듯이 서 있었다.내부시설도 아주 훌륭해 승객과 배웅(마중)나온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잘 만들어져 있었다.
정부 투자가 아닌 민자를 유치해 만든 역사로 23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들었다니 과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반열에 낄 수 있는 자격이 있구나 하는 자긍심을 갖게 해주어 뿌듯했다.역사를 빠져나와 택시를 잡으려고 택시 승강장으로 향했다.그런데 웬일인지 아무리 찾아도 택시 승강장 표지는 없었다.알고 보니 정해진 택시승강장은 아예 없었다.
다만 택시를 잡으려는 승객들이 이리저리 옮겨다니며,빈 차를 확인하느라 차로까지 내려설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손님을 태운 택시도 뒤엉킨 버스·자가용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결국 택시를 잡으려고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뒤로 수십 미터까지 차도를 내려가,서 있는 차 사이를 곡예하듯이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역사의 전면에는 바로 어제 있었던 역사의 준공을 알리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이를 비웃듯이 펄럭이고 있었다.참 암담한 생각이 들었다.모르긴 해도 누구인가에 의해 준공식 날짜는 미리 정해졌고 이 일정에 맞추어 행사준비에만 골몰한 나머지 수천억원을 투자해 지어놓은 훌륭한 건물도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성대한 준공의 의미조차 퇴색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으리라 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역사의 전면 오른쪽 끝이나 왼쪽 끝 정도에 택시승강장을 만들어 택시와 자가용 그리고 버스가 분리되도록 하고,승객이 목숨을 걸고(?) 택시를 잡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차로와 인도를 분리해 놓았으면 이런 아수라장을 경험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새벽 2시 이후 대부분의 교차로 신호등은 통행량과는 전혀 관계없이 주기적으로 파랑·노랑·빨강 순으로 바뀌고 있다.통행량이 많은 교차로는 안전을 위해 대낮과 같이 주기적으로 신호가 바뀜이 마땅하다.
그러나 주택가 근처의 교차로는 통행 차량이 그리 많지 않다.어쩌다 지나가는 차량도 선택의 여지없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신호를 따를 수밖에 없다.만일 신호등을 무시하게 되면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운전자라면 종종 경험하게 되는 유혹이 “그냥 지나갈까.” 하는 것이다.만일 그냥 지나가면,이런 경우를 예상해 미리 잠복근무를 하고 있던 교통순경에게 적발돼 신호위반범칙금 딱지를 받게 되는 것은 물론 범법자 명단에 오르게 된다.이런 경우의 구제방법으로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 시행하던 “경범자들에 대한 총사면”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왜 구태여 전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어야만 할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만일 조용한 교차로를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깜박등으로 바꾼다면 어떨까.구태여 운전자가 범법자가 되느냐 마느냐 하는 유혹에 시달리지 않고도 좌우를 살펴본 후 안전할 때 진행하게 한다면 온 국민이 범법자가 될 이유도 없고,안전도 보장돼 좋고,기름값을 절약해서 더욱 좋다.
이라크 전쟁의 개연성으로 인한 유가상승으로 차량운행 10부제를 검토하고 있는 마당에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으니 더더욱 고려해 봄직하다.
다만 이때에도 원칙은 준수돼야만 한다.새벽 2시부터 4시라고 정하면 이것은 준수돼야 할 원칙이다.우리 사회에는 원칙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또 이러한 원칙은 백주의 대낮에 무시해야만 사람 대접을 받아 왔었다.
원칙은 준수돼야만 한다.그러나 이러한 원칙도 상식적으로 판단해 조정이 가능하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더 살기 좋고 훈훈한 사회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박 우 서
정부 투자가 아닌 민자를 유치해 만든 역사로 23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들었다니 과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반열에 낄 수 있는 자격이 있구나 하는 자긍심을 갖게 해주어 뿌듯했다.역사를 빠져나와 택시를 잡으려고 택시 승강장으로 향했다.그런데 웬일인지 아무리 찾아도 택시 승강장 표지는 없었다.알고 보니 정해진 택시승강장은 아예 없었다.
다만 택시를 잡으려는 승객들이 이리저리 옮겨다니며,빈 차를 확인하느라 차로까지 내려설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손님을 태운 택시도 뒤엉킨 버스·자가용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결국 택시를 잡으려고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뒤로 수십 미터까지 차도를 내려가,서 있는 차 사이를 곡예하듯이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역사의 전면에는 바로 어제 있었던 역사의 준공을 알리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이를 비웃듯이 펄럭이고 있었다.참 암담한 생각이 들었다.모르긴 해도 누구인가에 의해 준공식 날짜는 미리 정해졌고 이 일정에 맞추어 행사준비에만 골몰한 나머지 수천억원을 투자해 지어놓은 훌륭한 건물도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성대한 준공의 의미조차 퇴색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으리라 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역사의 전면 오른쪽 끝이나 왼쪽 끝 정도에 택시승강장을 만들어 택시와 자가용 그리고 버스가 분리되도록 하고,승객이 목숨을 걸고(?) 택시를 잡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차로와 인도를 분리해 놓았으면 이런 아수라장을 경험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새벽 2시 이후 대부분의 교차로 신호등은 통행량과는 전혀 관계없이 주기적으로 파랑·노랑·빨강 순으로 바뀌고 있다.통행량이 많은 교차로는 안전을 위해 대낮과 같이 주기적으로 신호가 바뀜이 마땅하다.
그러나 주택가 근처의 교차로는 통행 차량이 그리 많지 않다.어쩌다 지나가는 차량도 선택의 여지없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신호를 따를 수밖에 없다.만일 신호등을 무시하게 되면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운전자라면 종종 경험하게 되는 유혹이 “그냥 지나갈까.” 하는 것이다.만일 그냥 지나가면,이런 경우를 예상해 미리 잠복근무를 하고 있던 교통순경에게 적발돼 신호위반범칙금 딱지를 받게 되는 것은 물론 범법자 명단에 오르게 된다.이런 경우의 구제방법으로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 시행하던 “경범자들에 대한 총사면”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왜 구태여 전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어야만 할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만일 조용한 교차로를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깜박등으로 바꾼다면 어떨까.구태여 운전자가 범법자가 되느냐 마느냐 하는 유혹에 시달리지 않고도 좌우를 살펴본 후 안전할 때 진행하게 한다면 온 국민이 범법자가 될 이유도 없고,안전도 보장돼 좋고,기름값을 절약해서 더욱 좋다.
이라크 전쟁의 개연성으로 인한 유가상승으로 차량운행 10부제를 검토하고 있는 마당에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으니 더더욱 고려해 봄직하다.
다만 이때에도 원칙은 준수돼야만 한다.새벽 2시부터 4시라고 정하면 이것은 준수돼야 할 원칙이다.우리 사회에는 원칙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또 이러한 원칙은 백주의 대낮에 무시해야만 사람 대접을 받아 왔었다.
원칙은 준수돼야만 한다.그러나 이러한 원칙도 상식적으로 판단해 조정이 가능하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더 살기 좋고 훈훈한 사회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박 우 서
2003-02-2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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