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청춘예찬

[굄돌]청춘예찬

조희봉 기자 기자
입력 2003-02-15 00:00
수정 2003-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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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언제나 비누냄새가 난다.’ 청춘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나는 언제나 가장 먼저 강신재의 소설 ‘젊은 느티나무’의 첫 구절을 떠올리곤 한다.

청춘이란 정말 비누냄새처럼 싱그럽고 설익은 풋풋함이기 때문이다.‘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로 시작하는 민태원의 청춘예찬은 지금 생각하면 너무 직접적이라 오히려 조금 민망하기까지 하다.

청춘(靑春)은 글자 그대로 봄,그것도 푸른 봄이다.하지만 청춘은 또한 푸른 싹이기도 해서 아직 봄이라기엔 조금 이른 겨울이라 하더라도 청춘타령이 그리 어색하지는 않다.사실은 겨울의 한가운데 서서 기다리는 봄의 싹이 청춘이다.

대학에 떨어지고 서울에 처음 올라와 재수를 하던 시절,난 고등학교때 사귀었던 예쁜 대학생 여자 ‘친구’에게 꽃무늬 편지지에 정성 들여 편지를 썼었다.

언젠가 한참 주눅이 들어 있던 재수생을 그 친구가 위로하러 왔다가 기숙사 통금 시간에 늦어서 어쩔 수 없이 내 자취방에서 자고 간 날이었다.연탄을 때지만 아랫목에만 간신히 온기가 전해지던그 누추한 방구석에서 멀찍하니 떨어져 웅크리고 자면서도 행여 자다가 손이라도 닿게 될까 봐 깜짝깜짝 놀라며 마치 아가씨를 지키는 ‘별’의 목동이라도 된 듯이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지샜던 그 화사했던 봄밤이 알고 보니 내겐 청춘이었다.

청춘은 이미 완성된 사랑보다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두근거림에 가깝다.사랑한다고 고백해 버리면 이미 청춘의 상징인 설렘도,안타까움도,용기도 금세 시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봄을 기다리는 성급한 마음으로 얇은 옷을 걸친 채 문밖을 나서다가 불어오는 추운 바람에 팽팽하게 댕겨져서 절로 찡긋거리게 되는 주름진 코끝에 청춘은 이미 와있다.

어디선가 금방이라도 싱그러운 비누냄새가 날 것만 같다.봄이 가까이 왔다.그것도 푸른 봄,청춘(靑春)이다.

조 희 봉

북 칼럼니스트
2003-02-1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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