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16세기 양반가정 일상 엿보기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16세기 양반가정 일상 엿보기

입력 2003-01-24 00:00
수정 2003-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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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권 지음 사계절 펴냄

우리 학계의 한국사 연구는 지나치게 정치사에 편중돼 있다.반면 생활사 쪽은 누구나 그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연구성과는 미미하다.개인일기나 시문 등 이른바 ‘일차적 사료’ 대접을 받지 못하는 문헌들에 대한 연구가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생활사에 대한 연구는 정치사의 틀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역사적 풍경들을 밝혀준다.한 예로 조선시대 성리학에 기초한 정부가 들어섰다고 하지만 그 정치이념이 언제 어떻게 각 지방의 생활문화로 정착됐는가는 왕조사가 아닌 생활사를 통해야 제대로 알 수 있다.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정창권 지음,사계절 펴냄)는 정치사를 넘어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본격적인 생활사 연구서로 평가할 만하다.저자(고려대 강사)는 조선 중기의 문신인 미암 유희춘이 10여년에 걸쳐 쓴 ‘미암일기’를 바탕으로 16세기 양반 가정의 일상생활사를 복원한다.

16세기의 조선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조선과는 사뭇 다른 면모를 보인다.아들과 딸을 가리지 않았고 친족관계에서본손과 외손을 구별하지 않았다.혼속과 결혼생활도 남자가 여자 집으로 가 혼례를 올리고 그대로 눌러 사는 처가살이가 유행했다.균분상속이 이뤄졌고,제사도 자녀들이 서로 돌아가며 지내는 윤회봉사가 관행이었다.

여성들의 학문과 예술활동도 장려됐다.신사임당,송덕봉,허난설헌,황진이,이매창 등 여성예술가들이 유난히 많이 나온 것도 이런 시대배경과 연결된다.

이 책은 ‘미암일기’에 나타난 일상생활의 편린들을 관직생활,살림살이,나들이,재산증식,부부갈등,노후생활 등 여섯 가지 주제로 나눠 설명한다.사실을 토대로 하되 부분적으로 소설의 문법을 가미한 서술방식이 생활사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평이다.1만2000원.



김종면기자
2003-01-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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