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스코프] 네티즌 통금제가 필요하다

[인터넷 스코프] 네티즌 통금제가 필요하다

이연희 기자 기자
입력 2003-01-23 00:00
수정 2003-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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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시간에 통행을 제한하는 통금제도가 있었다.이 제도는 1945년 9월 첫 시행됐는데 우리나라에 주둔하러 온 미군의 군정포고에 의해서였다.그러다가 37년만인 82년 1월에 와서야 통금제도가 해제됐다.당시 통금해제를 둘러싸고 치안혼란 등의 반대의견이 제기되는 등 진통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통금제도를 둘러싼 사회적 소동이 어처구니없는 일로 여겨지지만,개인적으론 네티즌에게 통금제를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최근 하게 됐다.상당수 네티즌의 인터넷 중독증 때문이다.

나는 외국인 학생을 상대로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는데, 지난 학기엔 수업시간 내내 ‘졸음과의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처음에는 한국 생활에 적응하랴,한국어 수업 들으랴 이중고를 겪는 유학생들의 오전 졸음을 양해했다.그런데 졸음에 빠진 학생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는 게 아닌가.그 이유는 개별 상담을 한 뒤에서야 알아낼 수 있었다.

유학생의 국내 적응도를 높이고,우리 학생의 국제화를 도모하기 위해 기숙사엔 외국 유학생과 우리나라 대학생이 함께 배치됐다.한데 한국 학생들이 매일 밤새도록 인터넷을 하는 통에 유학생들이 그 생활리듬을 따라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유학생들은 이른 아침 수업으로 일찍 일어났고,이 때문에 평균 수면시간은 서너시간을 채우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다.어떤 경우엔 학생들끼리 크게 다투기까지 했다.

어느날 외국 유학생들에게 한국 대학생 하면 떠오르는 문장을 써 보라고 했다.결과는 놀랍게도 ‘인터넷을 잘 한다.’ ‘밤에 잠을 자지 않는다.’ ‘아침을 먹지 않는다.’가 단연 압도적이었다.“요즘 학생들은 다 그래.”라고 생각하기엔 무언가 곤혹스럽다.

특히 요사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터넷이 만능이라는 인식에 휩싸여 있다.그러나 모든 일의 가장 중요한 주체는 사람이다.인터넷도 예외는 아니다.그런데 인터넷 때문에 상당수의 젊은이들이 정상적인 생활 리듬을 잃고 있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일례로 보통 오전 9시에 시작하는 학교수업에 빠지는 대학생들이 수두룩하다.불과 몇년 전에 몰아닥친 사이버 게임 열풍으로 시작된 과도한 인터넷 몰입증은 지금도이어지고 있다.최근엔 인터넷 채팅이나 동호회 활동에 열중하는 바람에 정작 실생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를 정도라고 한다.

문제는 청소년이나 어린 학생들,심지어는 직장인들까지 이런 현상이 전 세대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하루종일 컴퓨터를 켜고 있는 것도 모자라 밤새도록 인터넷을 한다거나 출근 전에 모니터 앞에 앉는 사람도 생겼다.이렇게 인터넷이 실생활을 잠식하거나 균형을 깨뜨리기 일쑤다.우리는 IT강국으로 자부하고 있다.그렇지만 인터넷 이용자들의 실생활에 대해선 관대했다.

이젠 냉정하게 되짚어볼 때이다.그간 인터넷의 효율적이고 건전한 이용을 위한 캠페인과 네티즌의 자정 노력도 있었지만,인터넷 이용시간에 대한 논의는 뒷받침되지 못했다.지금은 인터넷 이용을 대폭 줄이거나 규칙적으로 설정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알고 있으면서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있다.인터넷의 과도한 이용에 따른 실생활의 부적응 문제가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예전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TV 시청시간이 너무 많아서 사회문제가 된적이 있다.그래서 TV 방송에서 “이젠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라는 공지방송을 하기도 했다.사이버 세상에도 최소한 그런 자각 캠페인이 필요한 때이다.

이 연 희
2003-01-2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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