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겨울불청객 우울증

[건강칼럼]겨울불청객 우울증

윤종률 기자 기자
입력 2003-01-20 00:00
수정 2003-01-2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전신에 기운이 쏙 빠지고 쑤시기도 하고 드러눕고만 싶어요.”

얼마전 외래를 방문한 40대 중반의 아주머니가 지친 얼굴 표정과 목소리로 “만사가 귀찮고 피로감이 심하다.”고 호소하였다.지난 일년간 고3짜리 딸애를 수발하느라 힘들었지만 다행히 딸이 대학에 합격하여 한숨 돌릴 만한데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도 안되며,자꾸만 짜증이 나고 잠만 자게 된다고 한다.

피로를 일으킬 만한 질병이 있는지 진찰과 몇 가지 검사를 해 보았지만 모두 정상 소견이었다.

우울증으로 진단하여 약물치료를 시작하였고 한달가량 지난 지금 이 분의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특히 이런 우울증 증상은 겨울철이면 더 심해진다.계절의 변화에 따라 증상이 악화되는 우울증을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하는데,특히 겨울에 악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겨울철 우울증이라고 별도로 이름 붙이기도 한다.

늦가을이나 초겨울부터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서 겨울 내내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심하면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흔히 본다.이런 우울증상은 봄철이 되면서 점차 회복된다.

주요 증상으로는 식욕의 저하와 변화가 심하고,특히 단 음식을 많이 찾게 되는 경향을 보인다.따라서 별로 많이 먹는 것 같지도 않은데 체중은 늘어난다.팔다리가 무겁고 기운이 없다.만사에 의욕이 떨어지고 정신 집중이 안되어 건망증이 심해진다.피로감이 심하여 많이 자지만 그래도 피로는 회복되지 않는다.두통이나 전신의 통증,위장증상이 함께 생기는 경우가 많다.

전체 인구의 5∼10% 정도에서 발생하는 겨울철 우울증은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고 나이가 들수록 더 흔히 발생한다.그래서 노인 우울증의 상당수가 겨울에 더 심해지게 된다.

겨울철에 우울증이 심해지는 이유는 일조량의 감소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사람의 정신상태나 수면양상은 햇빛이 비치는 일조시간에 밀접한 영향을 받는데,이런 일조량의 변화가 우리 몸의 각종 호르몬 분비나 신체대사 활동에 영향을 미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겨울철 우울증을 예방하고치료하기 위해서는,실외에서 햇볕을 쬐면서 하는 운동이나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춥다고 집안에 웅크리고 지내는 것이 우울증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증상이 심하다면 약물치료를 함께 받아야 하며,일조량의 부족을 보충하기 위한 광치료법(인공적으로 빛을 쬐는 치료방법)도 개발되어 있다.

윤 종 률

가정의학과 교수 한림대성심병원
2003-01-20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