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복조리

[길섶에서] 복조리

신연숙 기자 기자
입력 2003-01-03 00:00
수정 2003-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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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예쁜 복조리 걸었네?”“네,자주 오시는 손님이 주신 거예요.” 주말마다 들르는 동네 가게에 색동 무늬를 박은 복조리 한 쌍이 걸렸다.전에 보던 복조리와 달리 앙증맞은 크기에 알록달록 색깔이 곱다.

원래 조리는 어린 산죽(山竹)을 쪼개 엮어 푸르죽죽한 색깔을 띠거니와 투박한 질감에 크기도 대접만해 예쁘달 건 없다.

하지만 섣달 그믐날 자정부터 새해 아침 사이에 사는 조리는 ‘복조리’라 해 집안에 걸어두고 소중히 여겼다.휘휘 돌려 쌀을 일듯 1년 내내 복과 재물을 일어 올리라는 소망을 담았던 것이다.

정초가 되면 복조리 값을 꼬박꼬박 치르던 어머니 생각이 난다.아파트 문앞에 던져 놓았다 며칠 후 찾아온 물주에게 두말없이 후한 값을 쳐 주시곤 했다.자식의 복을 기원하는 마음과 함께 이름 모르는 이웃에게도 인정을 베푸는 마음 씀씀이로 짐작됐다.

전통 복조리를 밀어낸 베트남 산을 바라보면서 복조리에 담았던 마음만은 밀리지 말았으면 하고 빌어 본다.

신연숙 논설위원
2003-01-0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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