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의 눈으로 보면 지난 10개월 동안 펼쳐진 노무현 후보의 등장과 그의대통령 당선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운 한 편의 드라마였다.이제 그 실체를 국민들이 처음 맞닥뜨리게 된다.곧 모습을 드러낼 대통령직 인수위이다.이는 시대와 세대를 바꾼 영광의 얼굴로 다가서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책임질 지도자로서 능력을 보이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전,김대중 대통령 당선자 시절 대통령직 인수위에 참여했다가 뒤에 청와대에서 근무한 한 인사의 얘기다.“DJ는 YS의 인사정책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았다.처음부터 정권의 핵심에 측근을 데려다 썼던 YS와달리 국민과 직접 접하는 당직에 측근들을 썼다.”
그러나 이러한 ‘반면교사’는 1년이 채 못돼 무너져 내렸다.권력의 핵심인 청와대 비서실장을 김중권 실장에서 한광옥 의원으로 교체하고 동교동계인측근들을 하나 둘 임명직에 기용하면서부터다.‘내 식구가 아닌’ 외부인사들이 외풍에 쉽게 흔들리고,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탓이다.또 수십년 야당생활로 고생해온 지지자들의 끈질긴 성화를 못이긴 측면도 있다.
현 정부의 한 전직 장관의 회고담이다.그는 “장관으로 임명돼 부내 인사를 하려다 보니,주요 보직은 ‘누구로 했으면 좋겠다.’는 식의 반강제성 청탁이 들어왔다.그래 ‘새 대통령의 업적을 빛낼 수 있는 인사를 할 테니 지켜봐달라.’며 거절했는 데,전부 거절하진 못했다.”고 전했다.그러면서 “인사자료를 인수위 때 우리 부 직원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이미 파악해 놓았더라.”고 털어놓았다.
노 당선자는 스스로 ‘특별한 자산을 가진 것도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고있다.그 흔한 가신도 측근도,그리고 신세진 사람도 없다는 점을 자랑처럼 얘기했고,국민들이 이를 ‘새로운 정치의 시작’으로 믿고 표를 준 것이다. 노 후보는 핵심의 자리에 챙겨 앉힐 인사가 없을 터이니,크게 걱정할 바가 없는 것일까.
부자간에도 다투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라고 한다.인수위가 구성되면 여기저기서 자료들을 가지고 와 선을 대려고 야단법석이 날 테고,그 많은 사람들이 노 당선자와 조금이라도 가까운 사람을 어떻게든 찾아내 깊숙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힘을 보태줄 것이다.정보가 집중되다 보면 자연히 행세하는 인사가 늘어날 게고,이런 악순환이 인사가 망사가 되는 이치다.
이를 완전히 막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화하는 방법은 있다.과감한 탕평인사이다.노 당선자는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지역별 득표결과를 놓고 기존 정치적질서와 공방이 계속되고 상대방이 열심히 한 결과라고 풀이했다.그러나 지역민심을 보면 다른 의미도 함축되어 있는 것 같다.사실상 정권재창출의 성격을 지닌,노 후보의 승리는 현 정권의 부패로 자신감을 잃어버린 광주와 호남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줬다고 봐야 한다.DJ보다 더 높은 지지를 보인 것은부패·무능정권의 산실이라는 멍에를 쓰지 않으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부산·경남지역(PK) 역시 태어난 고향은 김해이고,정치적 고향은 부산인 노후보가 당선됨으로써 5년전에 입은, IMF를 가져온 정권을 창출했다는 불명예를 씻을 기회를 다시 갖게 됐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남은 곳은 이번에도 잃어버린 ‘고토(故土)’를 되찾지 못했다고여길 대구·경북(TK)과 지역주의를 벗어던진 대전·충청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이다.노 당선자의 국민통합과 탕평의 초점은 20% 미만의 지지밖에 얻지못한 TK 지역을 어떻게 아우르고,중부권의 탈 지역의 불씨를 여하히 살려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그 답은 당선 가능한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를 접고 다시 부산에서 출마해 지역주의에 온몸으로 맞선 그때의 초심을 지키는일이다.
이것이야말로 국민들이 노 당선자에게 요구하는 시대정신이다.노 당선자의인수위는 적어도 지역주의의 산술적 균형에서 자유로워야 한다.새롭게 나라를 읽어야 한다.
양승현 논설위원 yangbak@
지금으로부터 5년전,김대중 대통령 당선자 시절 대통령직 인수위에 참여했다가 뒤에 청와대에서 근무한 한 인사의 얘기다.“DJ는 YS의 인사정책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았다.처음부터 정권의 핵심에 측근을 데려다 썼던 YS와달리 국민과 직접 접하는 당직에 측근들을 썼다.”
그러나 이러한 ‘반면교사’는 1년이 채 못돼 무너져 내렸다.권력의 핵심인 청와대 비서실장을 김중권 실장에서 한광옥 의원으로 교체하고 동교동계인측근들을 하나 둘 임명직에 기용하면서부터다.‘내 식구가 아닌’ 외부인사들이 외풍에 쉽게 흔들리고,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탓이다.또 수십년 야당생활로 고생해온 지지자들의 끈질긴 성화를 못이긴 측면도 있다.
현 정부의 한 전직 장관의 회고담이다.그는 “장관으로 임명돼 부내 인사를 하려다 보니,주요 보직은 ‘누구로 했으면 좋겠다.’는 식의 반강제성 청탁이 들어왔다.그래 ‘새 대통령의 업적을 빛낼 수 있는 인사를 할 테니 지켜봐달라.’며 거절했는 데,전부 거절하진 못했다.”고 전했다.그러면서 “인사자료를 인수위 때 우리 부 직원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이미 파악해 놓았더라.”고 털어놓았다.
노 당선자는 스스로 ‘특별한 자산을 가진 것도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고있다.그 흔한 가신도 측근도,그리고 신세진 사람도 없다는 점을 자랑처럼 얘기했고,국민들이 이를 ‘새로운 정치의 시작’으로 믿고 표를 준 것이다. 노 후보는 핵심의 자리에 챙겨 앉힐 인사가 없을 터이니,크게 걱정할 바가 없는 것일까.
부자간에도 다투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라고 한다.인수위가 구성되면 여기저기서 자료들을 가지고 와 선을 대려고 야단법석이 날 테고,그 많은 사람들이 노 당선자와 조금이라도 가까운 사람을 어떻게든 찾아내 깊숙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힘을 보태줄 것이다.정보가 집중되다 보면 자연히 행세하는 인사가 늘어날 게고,이런 악순환이 인사가 망사가 되는 이치다.
이를 완전히 막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화하는 방법은 있다.과감한 탕평인사이다.노 당선자는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지역별 득표결과를 놓고 기존 정치적질서와 공방이 계속되고 상대방이 열심히 한 결과라고 풀이했다.그러나 지역민심을 보면 다른 의미도 함축되어 있는 것 같다.사실상 정권재창출의 성격을 지닌,노 후보의 승리는 현 정권의 부패로 자신감을 잃어버린 광주와 호남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줬다고 봐야 한다.DJ보다 더 높은 지지를 보인 것은부패·무능정권의 산실이라는 멍에를 쓰지 않으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부산·경남지역(PK) 역시 태어난 고향은 김해이고,정치적 고향은 부산인 노후보가 당선됨으로써 5년전에 입은, IMF를 가져온 정권을 창출했다는 불명예를 씻을 기회를 다시 갖게 됐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남은 곳은 이번에도 잃어버린 ‘고토(故土)’를 되찾지 못했다고여길 대구·경북(TK)과 지역주의를 벗어던진 대전·충청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이다.노 당선자의 국민통합과 탕평의 초점은 20% 미만의 지지밖에 얻지못한 TK 지역을 어떻게 아우르고,중부권의 탈 지역의 불씨를 여하히 살려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그 답은 당선 가능한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를 접고 다시 부산에서 출마해 지역주의에 온몸으로 맞선 그때의 초심을 지키는일이다.
이것이야말로 국민들이 노 당선자에게 요구하는 시대정신이다.노 당선자의인수위는 적어도 지역주의의 산술적 균형에서 자유로워야 한다.새롭게 나라를 읽어야 한다.
양승현 논설위원 yangbak@
2002-12-2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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