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선관위의 경직성

[시론]선관위의 경직성

정대화 기자 기자
입력 2002-12-11 00:00
수정 2002-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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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선거를 생각한다.우리 사회의 내일을 짊어지고 나갈 젊은 대학생의 75%가 대통령 선거일을 모르고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나온 것이 얼마전이다.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대학생들이 스스로 나서서 부재자 신고를 하고,중앙선관위에 부재자투표소 설치를 요구했고,투표율을 80.8%까지 높이기 위한 운동에 발벗고 나섰다.예전의 철없는 학생들이 아니다.

반면 선거사무를 담당하고 있는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의 대응은 지나치게소극적이다.우리는 선관위가 다른 국가행정기관과는 달리 정치개혁에 열의가 있고 개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그간 선거법과 정당법의 개정을 위해 선관위가 보여준 태도가 그랬고 선거자금의 준수를 위해 노력한흔적 또한 그랬다.

선관위가 대학 안에 부재자투표소를 설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전향적인 판단을 내린 것도 이러한 태도의 귀결일 것이다.이런 점 때문에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선관위가 정치권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지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들이혼신의 힘을 기울여 부재자신고를 한 상태에서 부재자투표소 설치 기준을 따졌던 선관위의 납득할 수 없는 태도에는 실망하지 않을수 없다.학생들은 선관위의 결정에 따라 부재자신고를 받았고,그중 7개 대학에서 부재자투표소 설치 기준인 2000명 이상의 신고서를 행정기관에 접수시켰다.그런데 선관위가 7개 대학중 서울대와 연세대를 포함한 3곳에만 투표소 설치를 허가했다.쟁점은 부재자 요건과 ‘거소’ 개념에 대한 해석 차이 때문이었다.

여기서 쟁점에 대해서 자세하게 논박할 생각은 없다.다만 두 가지 사항에대해서만 말하고자 한다.하나는,자기 집을 떠나 멀리서 유학하고 있는 학생은 모두 부재자이며,이들은 대학 안에 부재자투표소 설치를 요구할 권리가있다는 것이다.더구나 대학생은 직장인과 달리 학업에 몰두해야 하는 신분이다.더구나 선거일은 대학생들의 기말시험 기간이다.학생들의 면학을 위해서도 이들의 편의를 고려해 주어야 한다.또 하나는,부재자투표와 관련한 선관위의 입장이 흔들리거나 때로는 모순되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국가기관의 업무가 구체적인 기준이 없이 행해지거나 자의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발생할 혼란과 불신을 고려해야 한다.

선관위는 부재자 요건을 판정하는 기준에서 혼란을 노정한 바 있거니와 ‘거소’를 판정하는 데서도 미흡함이 드러났다.서울대학교는 신림동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도 대전시 유성구 구성동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더 중요한 문제는 행정상의 주소지 개념이 아니다.대학교의 주소가특정 동에 국한되어 있더라도 대학생의 생활권은 그 이상으로 매우 넓다.예를 들어 고려대학교는 안암동 외에도 제기동·종암동·보문동에 인접해 있으며,삼선동·숭인동·청량리동도 고려대학교의 인근지역이다.지방에서 유학온 학생들은 이 지역을 중심으로 생활한다.따라서 고려대학교 주변에서 생활하는 학생 2000명이 고려대학교 안에 부재자투표소 설치를 요구하는 것으로 족하지 그 이상 더 무엇이 필요하단 말인가?

중앙선관위는 투표사무를 관리하는 업무 외에도 더 많은 국민들이 투표에참가하고 모든 국민들이 자유롭고 편리한 조건에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업무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정치를 불신하고 선거를 기피해온 대학생들이 스스로 나서 선거를 하겠다는데,그리하여 국민으로서의 소중한 참정권을 행사하겠다는데,그것을 경직된 논리로 막은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다.“중앙선관위가 중심을 잡으면 선거가 ‘확’ 바뀐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 정치학
2002-12-1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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