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지난해 “우리에게는 게으를 권리가 없다.”는 모험적인 발언을 해 논쟁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실업자들은 모욕을 당했다며 시위를 벌였고,의사와 심리학자들은 지나친 스트레스를 경고했다.그러나 슈뢰더가 말하고자 한 참뜻은 “부지런한 사람은 게으를 권리가 있지만,게으른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의 지적대로 현대인은 갈수록 더 빠르고 거대하고강력한 기술의 지배를 받는다.바야흐로 ‘광속의 시대’다.‘느림’은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가치로 간주되고,천천히 사려깊게 행동하는 사람들은 무시당한다.때문에 ‘카우치 포테이토족’(쉬는 날 집에서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 등을 보면서 감자칩을 먹는 사람들)은 현대사회에 적응하기 힘들다.속도지상주의 삶이 그렇게 바람직한 것인가.그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안겨줄 수 있을까.
‘소파의 세계’(이본느 하우브리히 지음,이영희 옮김,넥서스북스 펴냄)는소파라는 코드를 통해 산업사회에서의 휴식의 의미를 진지하게 묻는다.나아가 ‘게으를 수 있는 권리’‘생산적인 게으름’으로까지 논의를 이어간다.
저자는 피할 수 없는 ‘느림’을 하나의 휴식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빈둥거림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저자는 이 쯤에서 로마 철학자 키케로의 말을 인용한다.“진정 자유로운 사람이란 언젠가 한번쯤은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릴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은 문학과 예술에 나타난 무위(無爲) 혹은 게으름에 대해서도 언급한다.19세기 후반 프랑스 문학은 한가로움을 집중적으로 다뤘다.플로베르 소설 ‘감정교육’의 주인공 프레데릭 모로에서부터 위스망스의 ‘역로’에 그려진 세기말 퇴폐주의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은 경쟁적으로 게으름뱅이를 묘사했다.독일의 게으름뱅이 문학도 흥미롭다.토마스 만의 소설 ‘마의 산’의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는 “문학·영화·회화의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모범적인 게으름뱅이뿐”임을 자각한다.
자연스러운 삶의 공간으로서의 소파,그것은 영화에서도 낯설지 않다.영화‘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소파는 내밀한 친밀감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또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레드 버틀러와 스칼렛 오하라의비극적인 결합은 사실 소파가 이끌어낸 것이다.
이 책은 현대 문명사회의 새로운 경향인 ‘코쿠닝(cocooning)' 즉 너무 거칠고 위험스러운 세상을 피해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있으려는현상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1만 2500원.
김종면기자 jmkim@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의 지적대로 현대인은 갈수록 더 빠르고 거대하고강력한 기술의 지배를 받는다.바야흐로 ‘광속의 시대’다.‘느림’은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가치로 간주되고,천천히 사려깊게 행동하는 사람들은 무시당한다.때문에 ‘카우치 포테이토족’(쉬는 날 집에서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 등을 보면서 감자칩을 먹는 사람들)은 현대사회에 적응하기 힘들다.속도지상주의 삶이 그렇게 바람직한 것인가.그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안겨줄 수 있을까.
‘소파의 세계’(이본느 하우브리히 지음,이영희 옮김,넥서스북스 펴냄)는소파라는 코드를 통해 산업사회에서의 휴식의 의미를 진지하게 묻는다.나아가 ‘게으를 수 있는 권리’‘생산적인 게으름’으로까지 논의를 이어간다.
저자는 피할 수 없는 ‘느림’을 하나의 휴식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빈둥거림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저자는 이 쯤에서 로마 철학자 키케로의 말을 인용한다.“진정 자유로운 사람이란 언젠가 한번쯤은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릴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은 문학과 예술에 나타난 무위(無爲) 혹은 게으름에 대해서도 언급한다.19세기 후반 프랑스 문학은 한가로움을 집중적으로 다뤘다.플로베르 소설 ‘감정교육’의 주인공 프레데릭 모로에서부터 위스망스의 ‘역로’에 그려진 세기말 퇴폐주의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은 경쟁적으로 게으름뱅이를 묘사했다.독일의 게으름뱅이 문학도 흥미롭다.토마스 만의 소설 ‘마의 산’의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는 “문학·영화·회화의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모범적인 게으름뱅이뿐”임을 자각한다.
자연스러운 삶의 공간으로서의 소파,그것은 영화에서도 낯설지 않다.영화‘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소파는 내밀한 친밀감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또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레드 버틀러와 스칼렛 오하라의비극적인 결합은 사실 소파가 이끌어낸 것이다.
이 책은 현대 문명사회의 새로운 경향인 ‘코쿠닝(cocooning)' 즉 너무 거칠고 위험스러운 세상을 피해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있으려는현상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1만 2500원.
김종면기자 jmkim@
2002-11-2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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