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노인복지회관 앞 버스 정류장에는 20대가 모여 들어 풍선을 달고 메모도 남긴다.얼마 전 몰아친 비바람 탓에 그 많던 메모가 사라졌건만 그들은 끊임없이 작업하기를 멈추지 않는다.그들은 얼마 전 종영한 TV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의 팬클럽 회원들이다.드라마에 자주 등장한 현장을 그들은 뜻 깊은 장소로 만들어 가고 있다.이처럼 신세대의 ‘드라마 기억하기’는 직접적이고 행동적이다.
‘네 멋대로 해라’(이하 네 멋)는 최근 10∼20대에게 널리 인기를 끄는 일본만화 ‘꽃보다 남자’(이하 꽃보다),한국영화 ‘엽기적인 그녀’(이하 엽기)와 마찬가지로 신세대의 실상을 보여주지만,상반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명징하게 신세대의 문화와 사랑을 표현했지만,서로 다른 각도를 보여준다.
‘꽃보다’는 현대형 ‘신데델라 콤플렉스’다.다만 순종형 신데렐라 대신 감수성 예민한 깡패형 신데렐라로 돌아갔다고나 할까.상류사회의 자식들이 가는 엘리트 고교에,계급상승의 꿈에 불타는 천박한 부모를 가진 서민 여학생이 입학하면서 생기는 사랑의 에피소드를 담았다.부자 학생의,가난하지만 당당한 연인.연재 중이지만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식의 결말이 예상된다.
‘엽기’의 그녀는 무늬만 현대적이고 내용은 진부하다.차리리 엽기녀는 ‘꽃보다’보다 더 깡패 같다.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과거에,옛 사랑에 머물러 있다.현실의 돌출적인 행동은 옛 사랑을 잊기 위한 몸부림일 뿐이다.그녀는 현재를 사랑하지 않으며,새로운 사랑을 향해 쉽게 달려가지도 못한다.결말이 해피엔딩인 건 어째 어설프다.이것이 오늘날 20대가 가진 속성일 수도 있으나,미래지향형 진실보다는 속절없는 꿈과 낭만적 향수에 가깝다.
이들의 반대편에 ‘네 멋’이 있다.세 사람의 주인공은 각자 현실에 찌들려 살지만 ‘진정한’ 사랑과 자유를 보여준다.그들은 자기 안에서 제대로 꿈꾸고 성장한다.부자이지만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엄마를 가진 경,가난에 찌들었지만 스스로 살아가는 고아 미래,그리고 소매치기 출신으로 불치병에 걸린 복수.경은 집보다 자신의 사랑과 일을 더욱 중시한다.미래는 스스로 성공하기를 바라고,떠나버린 사람의 새 사랑을 인정해 준다.콤플렉스 덩어리인 복수는 사랑·일·가족에서 모두 비극적인 상태에 있지만 그 비극을 해결해나간다.‘극적으로’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노력만으로.세 사람은 ‘자신과 오늘’을 사랑한다.
‘네 멋’도 20대가 가진 하나의 현상이고 본질이다.사랑할 때 충실히 사랑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20대라면 나는 그들을 존경한다. ‘네 멋’이 현재를 사는 20대의 이야기라면,‘꽃보다’와 ‘엽기’는 아무래도 만화 속의 주인공을 모방하는 코스프레 같다.
유민영 (모아이 커뮤니케이션기획실장)
‘네 멋대로 해라’(이하 네 멋)는 최근 10∼20대에게 널리 인기를 끄는 일본만화 ‘꽃보다 남자’(이하 꽃보다),한국영화 ‘엽기적인 그녀’(이하 엽기)와 마찬가지로 신세대의 실상을 보여주지만,상반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명징하게 신세대의 문화와 사랑을 표현했지만,서로 다른 각도를 보여준다.
‘꽃보다’는 현대형 ‘신데델라 콤플렉스’다.다만 순종형 신데렐라 대신 감수성 예민한 깡패형 신데렐라로 돌아갔다고나 할까.상류사회의 자식들이 가는 엘리트 고교에,계급상승의 꿈에 불타는 천박한 부모를 가진 서민 여학생이 입학하면서 생기는 사랑의 에피소드를 담았다.부자 학생의,가난하지만 당당한 연인.연재 중이지만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식의 결말이 예상된다.
‘엽기’의 그녀는 무늬만 현대적이고 내용은 진부하다.차리리 엽기녀는 ‘꽃보다’보다 더 깡패 같다.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과거에,옛 사랑에 머물러 있다.현실의 돌출적인 행동은 옛 사랑을 잊기 위한 몸부림일 뿐이다.그녀는 현재를 사랑하지 않으며,새로운 사랑을 향해 쉽게 달려가지도 못한다.결말이 해피엔딩인 건 어째 어설프다.이것이 오늘날 20대가 가진 속성일 수도 있으나,미래지향형 진실보다는 속절없는 꿈과 낭만적 향수에 가깝다.
이들의 반대편에 ‘네 멋’이 있다.세 사람의 주인공은 각자 현실에 찌들려 살지만 ‘진정한’ 사랑과 자유를 보여준다.그들은 자기 안에서 제대로 꿈꾸고 성장한다.부자이지만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엄마를 가진 경,가난에 찌들었지만 스스로 살아가는 고아 미래,그리고 소매치기 출신으로 불치병에 걸린 복수.경은 집보다 자신의 사랑과 일을 더욱 중시한다.미래는 스스로 성공하기를 바라고,떠나버린 사람의 새 사랑을 인정해 준다.콤플렉스 덩어리인 복수는 사랑·일·가족에서 모두 비극적인 상태에 있지만 그 비극을 해결해나간다.‘극적으로’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노력만으로.세 사람은 ‘자신과 오늘’을 사랑한다.
‘네 멋’도 20대가 가진 하나의 현상이고 본질이다.사랑할 때 충실히 사랑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20대라면 나는 그들을 존경한다. ‘네 멋’이 현재를 사는 20대의 이야기라면,‘꽃보다’와 ‘엽기’는 아무래도 만화 속의 주인공을 모방하는 코스프레 같다.
유민영 (모아이 커뮤니케이션기획실장)
2002-10-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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