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많은 열사부모들의 축제 ‘장터’

한많은 열사부모들의 축제 ‘장터’

입력 2002-10-18 00:00
수정 2002-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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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묻은 자식 잊지 못해 13년째 서울대를 찾고 있습니다.”

가을 대동제가 한창인 서울대 학생회관 앞마당에서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회장 조찬배) 소속 회원들이 교내 가톨릭학생회와 함께 지난 89년부터장터를 열고 있다.대부분 60을 넘긴 부모님들이 장터를 찾는 학생들에게 순대와 떡볶이를 팔면서 먼저 보낸 자식 생각에 한(恨)맺힌 가슴을 어루만진다.

지난해까지 유가협 회장을 맡았던 고(故)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朴正基·73·서울 마포구 토정동)씨는 매년 봄·가을 서울대 대동제 때마다 ‘장터지기’를 자청하고 나선다.

박씨는 “독재와 공권력에 억울하게 죽은 학생들중 서울대 출신이 21명이나 된다.”면서 “세월이 지날수록 사람도 잊혀지고 열사들의 삶도 잊혀지는것 같아 안타깝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유가협 장터가 열리는 대학이 서울대 밖에 없다는 현실이 못내 가슴 아프다는 박씨.장터를 찾는 하루 100여명의 학생들도 대동제 행사중 열리는 ‘재미있는 이벤트’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 그저 애꿎은 세월 탓만할 뿐이다.

박씨에게 이번 장터는 다른 해보다 각별하게 다가온다.이번 장터의 수익금으로 유가협 16년의 역사가 담긴 백서를 발간하고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 제정을 위해 쓰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백서는 유가협 회원들의 터전인‘한울삶’의 역사나 마찬가지다.자식먼저 보내고 어디 한 곳 마음 붙일 데 없어 가슴만 쓸어내리던 시절, 배은심(이한열 열사 어머니) 여사와 전국을 돌며 유가협 활동을 알리다 주위의 도움으로 서울 동대문 근처에 차린 보금자리다.

이번 장터가 끝나면 서울대측에 ‘열사 합동 추모비’ 건립을 건의할 생각이다.박씨는 “서울대는 암울했던 우리 사회를 외면하지 않았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의로운 삶을 이어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면서 “재학생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선배들의 뜻을 기리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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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영기자 koohy@
2002-10-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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