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김호석(45)은 인물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수염 한 올,주름 한 가닥까지 화면에 잡아내는 극사실적인 필치로 전봉준·신채호 등 역사의 인물을 눈에 본 듯 재현해 냈고,생전의 성철 스님과 문익환 목사,김근태 국회의원 등을 통해 ‘현재’를 그렸다.그러나 그가 진짜 즐겨 그리는 인물은 그의 가족이다.이제 75세인의 아버지와 40대 초반의 아내,중학생 딸,개구쟁이 초등학생 아들 등이다.특히 아버지는 5년 전부터 그의 부탁으로 수염을 기르는 등 화가 아들을 둔 덕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남이 입고 쓰던 물건을 기피하는 성향에 견주어 볼 때 가족을 대상으로 한그의 그림은 시장성이 없을 것 같았다.그러나 그는 20대 이래로 전업작가 대오에서 이탈한 적이 없다.즉 그는 잘 팔리는 작가다.
“겸재 정선은 ‘인왕제색도’에서 인왕산을 그린 것이 아니라,비 갠 뒤의 생생한 세계를 보여주려던 것입니다.마찬가지로 저 역시 혈연적인 가족을 그린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사람들의 진실한 표정을 포착해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정말 그랬다.그가 치중하는 그림에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보여주는 순간순간의 진실이 담겨 있다.예를 들어보자.‘칼에 묻은 꿀’은 한 노인이 칼 끝에 꿀을 묻혀 맛을 보고 있다.꿀의 달콤함에 비수의 위험함을 잊어버린 노인의 눈은 눈동자가 풀어져(눈동자를 안그렸다.) 표정이 한껏 나른하다.‘절정’은 뒷산에서 진달래를 꺾어온 딸이 새침한 표정을 짓는 그림.그녀는 벌 한마리가 자신의 왼쪽 가슴팍으로 파고 든다는 것을 알아도 여전히 새침할 수있을까.
허를 찌르는 풍자와 해학의 인물화 19점이 ‘열아홉 번의 농담’이란 제목으로 18일까지 동산방에서 전시된다.
18세기 이후 100여년간 단절된 전통 인물화 기법인 배채(背彩)기법,즉 윤곽선·머리카락 등을 제외하고 화선지 뒷면에 채색해 우러나오게 하는 기법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02)733-5877.
문소영기자
수염 한 올,주름 한 가닥까지 화면에 잡아내는 극사실적인 필치로 전봉준·신채호 등 역사의 인물을 눈에 본 듯 재현해 냈고,생전의 성철 스님과 문익환 목사,김근태 국회의원 등을 통해 ‘현재’를 그렸다.그러나 그가 진짜 즐겨 그리는 인물은 그의 가족이다.이제 75세인의 아버지와 40대 초반의 아내,중학생 딸,개구쟁이 초등학생 아들 등이다.특히 아버지는 5년 전부터 그의 부탁으로 수염을 기르는 등 화가 아들을 둔 덕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남이 입고 쓰던 물건을 기피하는 성향에 견주어 볼 때 가족을 대상으로 한그의 그림은 시장성이 없을 것 같았다.그러나 그는 20대 이래로 전업작가 대오에서 이탈한 적이 없다.즉 그는 잘 팔리는 작가다.
“겸재 정선은 ‘인왕제색도’에서 인왕산을 그린 것이 아니라,비 갠 뒤의 생생한 세계를 보여주려던 것입니다.마찬가지로 저 역시 혈연적인 가족을 그린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사람들의 진실한 표정을 포착해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정말 그랬다.그가 치중하는 그림에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보여주는 순간순간의 진실이 담겨 있다.예를 들어보자.‘칼에 묻은 꿀’은 한 노인이 칼 끝에 꿀을 묻혀 맛을 보고 있다.꿀의 달콤함에 비수의 위험함을 잊어버린 노인의 눈은 눈동자가 풀어져(눈동자를 안그렸다.) 표정이 한껏 나른하다.‘절정’은 뒷산에서 진달래를 꺾어온 딸이 새침한 표정을 짓는 그림.그녀는 벌 한마리가 자신의 왼쪽 가슴팍으로 파고 든다는 것을 알아도 여전히 새침할 수있을까.
허를 찌르는 풍자와 해학의 인물화 19점이 ‘열아홉 번의 농담’이란 제목으로 18일까지 동산방에서 전시된다.
18세기 이후 100여년간 단절된 전통 인물화 기법인 배채(背彩)기법,즉 윤곽선·머리카락 등을 제외하고 화선지 뒷면에 채색해 우러나오게 하는 기법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02)733-5877.
문소영기자
2002-10-1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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