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카누 - 금보다 값진 은

아시안게임/ 카누 - 금보다 값진 은

입력 2002-10-11 00:00
수정 2002-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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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누 솜씨보다 밥짓는 솜씨가 더 나을걸요?”

한국 카누팀의 한 선수는 메달을 확정지은 뒤 “정말 잘했다.”는 주위의 격려에 이렇게 농담을 했다.미사리 조정경기장이나 부산 서낙동강경기장과 이웃한 여관에서 직접 밥을 해먹으며 훈련을 해야할 만큼 어려웠던 여건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대목이었다.

카누 대표팀은 이렇듯 비인기종목의 설움속에서도 10일 한국신기록 2개를 갈아치우며 값진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열악한 지원 탓에 변변한 국제대회조차 참가하지 못한 선수들이 피와 땀으로 일궈낸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이었다.

하지만 90년 북경아시안게임 이후 12년만에 ‘노골드’의 수모에서 벗어나 자존심을 회복하려던 선수들에게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첫 경기인 카약1인승 1000m(K-1)에 출전한 남성호(대구동구청)가 중국의 리우하이타오에게 막판 역전을 허용해 은메달에 머문 데 이어 카약 2인승에서도 남성호·정광수(부여군청)가 은메달에 머물자 경무현 감독은 아쉬운 듯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경감독은 국제대회 경험을 쌓지 못한 게 한이 되는 듯 “역시 우물안 개구리 꼴이었어….”라는 신음을 토해냈다.

실제 카누대표팀은 지난 5월 이란에서 열린 아시아카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것이 올해 국제경험의 전부.그나마 이 대회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중국 등 카누 강국들이 다른 세계대회 참가를 위해 1진을 파견하지 않은 2류 대회였다.수준 높은 세계대회에 참가해 기량을 높여온 다른 나라선수들에게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카누는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집중육성종목으로 선정되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재정지원이 대폭 줄어들면서 90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를 딴 것을 끝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경 감독은 “열악한 재정은 극복할 수 있다고 해도 갈수록 엷어져 가는 선수층이 더 걱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카누팀은 12일 남자 카나디안 2인승500m(C-2)에서 전광락·박창규가 금메달에 도전한다.

부산 조현석기자 hyun68@
2002-10-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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