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사는 조영진(45·회사원)씨는 올 3월부터 아들 상혁(중 3)군의 과외교사를 자청했다.“늦게까지 학원에 다니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어요.그런데 건성으로 다녀 아무런 효과가 없음을 알고 아예 직접 나섰어요.이제 아이의 공부하는 자세가 잡혔을 뿐 아니라 공부하는 시간이 부자간의 대화통로가 되고 있을 정도입니다.”조씨는 초등학교 상급학년이 되면서 아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었는데 ‘공통화제’가 생겼다는 것에 크게 만족했다.
아버지들이 최근들어 교육에 참여하는 사례가 부쩍 늘기 시작했다.육아가 여성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인식이 젊은 아빠들 사이에서 확산되는가 했더니 아내에게 미뤄뒀던 교육문제에도 적극 참여하는 아버지들이 늘고 있다.
◆아버지가 참여하는 교육현장
얼마 전까지 초등학교 저학년 급식당번에 아버지가 참석하는 것은 특별한 일로 여겨졌다.아버지는 물론 아이도 이를 쑥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였다.그러나 최근 아버지가 급식당번으로 참석하면 그 아버지는 ‘멋진 아빠’로 불리게 될 만큼 달라졌다.
이처럼 학교행사에 참여하는 아버지들의 숫자가 늘면서 학교후원회장을 맡은 아버지도 있고 ‘아버지회’가 있는 초등학교도 많다.
서울 서초동의 원명초등학교는 지난 6월22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일요일 아침까지 1박2일의 ‘제6회 부자녀(父子女)캠프’를 열었다.학교 운동장에서 3학년 이상 아버지와 아이들 200명이 텐트를 치고 밤을 지냈다.자녀의 교실방문을 통해 자녀에 대한 관심을 넓혔고,‘내가 바라는 아들·딸,내가 바라는 아빠’에 대한 대화를 나눴을 뿐 아니라 담임교사와 교장과도 대화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모인 아버지들은 자발적으로 ‘아버지회’를 결성,오는 12일 가을정기총회를 예정하고 있다.대표를 맡고있는 김중한(44·치과의사)씨는 “교육의 기본은 가정이다.가정교육을 어머니에게만 맡기지 말고 아버지가 참여해 평등교육을 하자.”며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을 아버지들에게 촉구하고 있다.
또한 이 학교에서는 매주 월요일 아침 훈화를 학부모들이 맡고 있다.
올 4월부터 한 달에 한두 차례 학부모들에게 훈화를 하게 하고 있다.자신의 전문분야는 물론 건강한 삶에 대한 아버지의 훈화는 아이들에게 적잖은 감동을 주고 있다.제헌절을 맞아 박찬희 변호사가 ‘법의 중요성’을 알려줬는가 하면 지난 7일에는 탐험가인 반재상씨가 아이들에게 모험정신에 대해 들려줬다.
아버지회의 활동은 서울 광남초등학교에서도 빛난다.1999년 아버지회가 만들어졌는데,처음에는 아내에게 등 떠밀려 학교에 나왔다던 아버지들이 이제는 자발적으로 참여해 학교주변 청소도 하고,운동회날 자원봉사도 하고 있다.아버지들이 의견을 모아 낡은 교문을 교체하기도 했다.학부모이자 이웃이기 때문에 저녁이면 모여서 “과외를 시키지 않고 아이들을 키울 수는 없을까?” 등 자녀교육을 화두삼아 의견도 나누고 있다.‘아버지회’ 총무를 맡고있는 박용명씨는 “내년 봄에는 아버지회 주관으로 가족산행도 가질 생각이다.”며 아버지모임이 부모의 의식변화는 물론 사회적인 큰 변화까지 가져오기를 기대했다.
‘아버지의 날’을 정한 학교도 있다.서울 신상도초등학교는 10월 셋째주 토요일을 ‘아버지의날’로 정하고 아버지들이 학교를 찾아 학교경영에 대해 학교장으로부터 듣는 시간을 갖는 것은 물론 지역주민들끼리의 화합도 다질 예정이다.
◆부모가 함께 교육에 참여하라
원명초 임선자 교장은 “부모가 각기 다른 태도로 자녀를 교육하는 것은 아이에게 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자녀들에게 자칫 부모에 대한 신뢰까지 잃게 한다.부모가 함께 관심을 갖고 마음을 맞춰 자녀를 지도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교육적인 환경이 된다.”며 아버지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가져올 효과를 강조했다.송인숙(중광초) 교사도 “아버지의 교육참여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고 말했다.
학부모 권용대(코오롱 F&C 이사)씨는 “아버지가 자녀교육에 관심을 쏟으면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 많은 학교문제가 해결될 것이다.”고 말했다.아버지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은 내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확대될 것이라 한다.
그러나 막상 아버지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도 현실은 아버지의 참여를 막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아이의 학교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는 이유로 휴가를 하거나 조퇴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용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김영걸(38·회사원)씨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 남성에게 주어지듯 1년에 하루 이틀은 ‘학교방문의 날’로 지정,학교교육에 대한 아버지의 관심을 높여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허남주기자 yukyung@
아버지들이 최근들어 교육에 참여하는 사례가 부쩍 늘기 시작했다.육아가 여성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인식이 젊은 아빠들 사이에서 확산되는가 했더니 아내에게 미뤄뒀던 교육문제에도 적극 참여하는 아버지들이 늘고 있다.
◆아버지가 참여하는 교육현장
얼마 전까지 초등학교 저학년 급식당번에 아버지가 참석하는 것은 특별한 일로 여겨졌다.아버지는 물론 아이도 이를 쑥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였다.그러나 최근 아버지가 급식당번으로 참석하면 그 아버지는 ‘멋진 아빠’로 불리게 될 만큼 달라졌다.
이처럼 학교행사에 참여하는 아버지들의 숫자가 늘면서 학교후원회장을 맡은 아버지도 있고 ‘아버지회’가 있는 초등학교도 많다.
서울 서초동의 원명초등학교는 지난 6월22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일요일 아침까지 1박2일의 ‘제6회 부자녀(父子女)캠프’를 열었다.학교 운동장에서 3학년 이상 아버지와 아이들 200명이 텐트를 치고 밤을 지냈다.자녀의 교실방문을 통해 자녀에 대한 관심을 넓혔고,‘내가 바라는 아들·딸,내가 바라는 아빠’에 대한 대화를 나눴을 뿐 아니라 담임교사와 교장과도 대화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모인 아버지들은 자발적으로 ‘아버지회’를 결성,오는 12일 가을정기총회를 예정하고 있다.대표를 맡고있는 김중한(44·치과의사)씨는 “교육의 기본은 가정이다.가정교육을 어머니에게만 맡기지 말고 아버지가 참여해 평등교육을 하자.”며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을 아버지들에게 촉구하고 있다.
또한 이 학교에서는 매주 월요일 아침 훈화를 학부모들이 맡고 있다.
올 4월부터 한 달에 한두 차례 학부모들에게 훈화를 하게 하고 있다.자신의 전문분야는 물론 건강한 삶에 대한 아버지의 훈화는 아이들에게 적잖은 감동을 주고 있다.제헌절을 맞아 박찬희 변호사가 ‘법의 중요성’을 알려줬는가 하면 지난 7일에는 탐험가인 반재상씨가 아이들에게 모험정신에 대해 들려줬다.
아버지회의 활동은 서울 광남초등학교에서도 빛난다.1999년 아버지회가 만들어졌는데,처음에는 아내에게 등 떠밀려 학교에 나왔다던 아버지들이 이제는 자발적으로 참여해 학교주변 청소도 하고,운동회날 자원봉사도 하고 있다.아버지들이 의견을 모아 낡은 교문을 교체하기도 했다.학부모이자 이웃이기 때문에 저녁이면 모여서 “과외를 시키지 않고 아이들을 키울 수는 없을까?” 등 자녀교육을 화두삼아 의견도 나누고 있다.‘아버지회’ 총무를 맡고있는 박용명씨는 “내년 봄에는 아버지회 주관으로 가족산행도 가질 생각이다.”며 아버지모임이 부모의 의식변화는 물론 사회적인 큰 변화까지 가져오기를 기대했다.
‘아버지의 날’을 정한 학교도 있다.서울 신상도초등학교는 10월 셋째주 토요일을 ‘아버지의날’로 정하고 아버지들이 학교를 찾아 학교경영에 대해 학교장으로부터 듣는 시간을 갖는 것은 물론 지역주민들끼리의 화합도 다질 예정이다.
◆부모가 함께 교육에 참여하라
원명초 임선자 교장은 “부모가 각기 다른 태도로 자녀를 교육하는 것은 아이에게 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자녀들에게 자칫 부모에 대한 신뢰까지 잃게 한다.부모가 함께 관심을 갖고 마음을 맞춰 자녀를 지도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교육적인 환경이 된다.”며 아버지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가져올 효과를 강조했다.송인숙(중광초) 교사도 “아버지의 교육참여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고 말했다.
학부모 권용대(코오롱 F&C 이사)씨는 “아버지가 자녀교육에 관심을 쏟으면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 많은 학교문제가 해결될 것이다.”고 말했다.아버지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은 내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확대될 것이라 한다.
그러나 막상 아버지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도 현실은 아버지의 참여를 막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아이의 학교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는 이유로 휴가를 하거나 조퇴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용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김영걸(38·회사원)씨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 남성에게 주어지듯 1년에 하루 이틀은 ‘학교방문의 날’로 지정,학교교육에 대한 아버지의 관심을 높여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허남주기자 yukyung@
2002-10-0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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