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체포제’ 위헌 논란 확산

‘긴급체포제’ 위헌 논란 확산

입력 2002-10-01 00:00
수정 2002-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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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이 법원의 체포영장없이 검사의 승인 아래 피의자를 검거하는 ‘긴급체포’가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이 제도에 대한 위헌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30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수사기관에서 긴급체포한 사람은 9만 8221명으로 98년 8만 4942명에 비해 15.6% 늘어났으며,올해에는 7월말 현재 5만 4532명이 긴급체포됐다.

긴급체포자의 증가보다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긴급체포 뒤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은 채 석방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98년 긴급체포자 가운데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고 석방되는 비율이 15.8%에 불과했지만,지난해에는 30.7%,올해에는 31%를 기록하고 있다.

재야 법조계와 일부 판사들은 “95년말 긴급체포제가 신설될 당시부터 우려됐던 ‘수사 편의를 위한 인신 구류의 남용’이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위헌성 여부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또 긴급체포는 체포영장을 발급받을 여유가 없을 때 예외적으로 사용돼야 하는데 오히려 현실은 정반대라고 지적한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체포영장 발부 건수는 1만 8662건으로 긴급체포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석연(李石淵) 변호사는 “헌법에서는 긴급체포 요건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해 ‘사후에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둔 것인데 현실적으로는 ‘사후에 체포영장을 청구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잘못 운용되고 있다.”면서 “기회가 닿는 대로 헌법소원을 내 위헌 여부를 가려 보겠다.”고 밝혔다.

한 중견 판사는 “일본과 미국,독일 등에서도 영장없는 체포는 인정하고 있지만,체포 뒤 반드시 재판관에게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긴급체포 뒤 구속영장 청구없이 석방된 사람은 판사로부터 긴급체포의 적합성 여부를 심사받을 기회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의 효율성을 위해 긴급체포를 많이 이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불필요한 긴급체포를 줄이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헌법에서도 긴급체포에 대해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 만큼 위헌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장택동기자 taecks@
2002-10-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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