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KOTRA 첫 상담회/ “840조원 美조달시장 뚫어라”

산자부·KOTRA 첫 상담회/ “840조원 美조달시장 뚫어라”

입력 2002-09-27 00:00
수정 2002-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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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백문일특파원) 미국 정부의 조달시장 규모는 총 7000억 달러(800조원)로 우리나라 예산의 8배나 달한다.연방정부 3000억 달러,주 정부 2000억달러,지역정부 및 준 정부기관 2000억 달러 등이다.그러나 지금까지 한국 업체에는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일부 정보통신(IT) 및 보안업체들이 틈새를 뚫고 성공을 거뒀으나 실적은 0.05%에도 못미치는 3억달러를 조금 웃돈다.

가격과 품질만으로 성급하게 승부하려는 ‘조급증’ 탓도 있으나 근본적으로 미 조달시장의 생리를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산업자원부와 코트라(무역진흥공사)가 미 ‘조달의 날’을 맞아 26,27일 워싱턴에서 국내 185개업체와 미 조달업체 91개사가 참여한 가운데 첫 상담회를 갖고 있다.3년내 50억 달러 시장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갖고 있으나 무턱대고 ‘황금어장’에 진출하기에 앞서 현지 사정을 배우자는 취지가 더 맞다고 할 수 있다.

◆로마법을 따르라-미국의 조달규정은 복잡하기로 유명하다.연방 구매규정(FAR)만 해도 2300쪽이 넘는다.입찰 준비서류는 200쪽이 넘는 게 보통이다.조달청(GSA),국방부,국무부 등 구매기관별로 각각의 부속규정을 두고 있다.영어에 자유롭지 않은 한국업체로서 규정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장벽’이다.한국식으로 가격경쟁만 하려다 1차 서류심사에서 탈락한 업체도 있다.입찰에서 흥정,성사에 이르기까지 규정을 전략적으로 활용해도 미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길 확률은 극히 낮은 실정이다.

직접 입찰에 참여하려면 관련 부처에 등록해야 한다.그러나 부처별로 과정도 다르다.등록 제한이 없는 국무부와 달리 국방부는 단순등록과 특별등록으로 나뉜다.특별등록은 특정 품목에 대해 기술인증이나 실적 등의 기준을 요구한다.납품업체로 등록되면 입찰정보를 받지만 품질이 괜찮다는 인증을 해당부처로부터 받기 이전에는 명함도 못내민다.

인증은 기술과 시장의 평판 등을 감안,아무리 빨라야 1년은 걸린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전언이다.때문에 미 조달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업체는 미 ‘조달업체(prime contractor)’를 통해 하도급업체로 첫 발을 내딛는 편이 낫다.미국에는 록히드마틴,보잉,노드롭 등 정부와 직접 계약하는 1차 조달업체가 수천개를 헤아린다.

◆구매패턴을 파악하라-1990년대에 들어서 미 정부의 구매 패턴은 완전히 바뀌었다.과거 필요한 제품을 품목별로 구매했으나 지금은 기능별 ‘일괄 구입제’로 가고 있다.예컨대 복사기의 경우 종이,토너,부속품을 납품업체가 한꺼번에 공급하고 서비스까지 모두 책임지는 방식이다.복사기가 아닌 ‘복사기능’을 구입한다는 말이 맞다.해당 기관으로서는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구매비용을 줄일 수 있다.국방부도 군복과 군화,수통,배낭,철모 등을 따로 구입하던 것을 지금은 패키지로 묶고 있다.

IT 업계에서도 이같은 통합 서비스가 요구되고 있다.유니시스의 그레그 베이로니 사장은 “조달시장에서 업계 선두가 되려면 다른 업계의 리더와 새로운 사업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특히 9·11 테러 이후 보안과 관련한IT 부문의 예산은 점차 느는 추세다.내년에 371억 달러에서 2007년에는 633억 달러로 예상된다.

1986년 버지니아에서 설립된 한국계 보안업체 STG는 지난 1년간 국방부와중앙정보국(CIA) 등을 상대로 1억 달러 이상의 보안시스템 계약을 따냈다.기술이 뛰어난 측면도 있지만 9·11 조달시장에서 보안관련 수요가 크게 증가한데 편승했다.

◆인내심을 가져라-저가공세로 단기간에 시장을 뚫던 시대는 지나갔다.STG의 이수동 회장은 “미 조달시장은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대형 조달업체의 하청업체로 들어가 실력을 쌓은 뒤 작은 정부계약에서부터 동등한 ‘파트너십’이나 ‘주 계약자’로 발돋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길게 10년을 내다보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것.

행정부 전직관료를 채용,로비스트로 활용하는 방안이 현지 사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결코 ‘지름길’은 아니라는 게 현지 시각이다.1997년 미국에 진출한 소프트웨어 업체 핸디소프트의 육영균 현지법인 사장은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브랜드 인지도가 없으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며“2∼3년 정도 마케팅에 집중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미국에서 터전을 잡은 교포기업들과 제휴하는 전략도 필요하다.연방및 주 정부는 소수계 기업에 대해 조달시장의 25%를 우선적으로 할애하고 있다.지난해 메릴랜드 한국계 중소기업 모임인 소수민족기업협회(KMBE)가 결성된 것도 이같은 목적에서다.미국 1위 정부 조달업체인 록히드 마틴의 마이클 부시 조달담당이사는 “그동안 한국업체에 대한 관심이 낮았으나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국업체와의 관계가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mip@
2002-09-2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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