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선물 안받기’ 확산

기업 ‘선물 안받기’ 확산

입력 2002-09-18 00:00
수정 2002-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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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맞아 선물을 주고받지 않는 기업과 기관들이 늘고 있다.관행처럼 여겨졌던 명절 ‘떡값’이 미풍양속 차원을 넘어 건전한 명절문화와 투명사회정착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인식된 때문이다.

금호그룹은 박성용(朴晟容) 명예회장의 제안으로 8년 전부터 임원진에게 들어 온 명절 선물을 사내통신망을 통해 직원들에게 경매에 부치고 있다.

‘명절 선물 주고받기를 없애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이 행사의 수익금은 불우이웃돕기에 쓰여 사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호응도가 높다. 지난 1일 박삼구(朴三求) 신임 회장 취임 이후 ‘임직원은 거래선으로부터 선물,금품 또는 재정적 편의를 제공받거나 과도한 접대를 받을 수 없다.’는 윤리강령을 아예 선포했다.때문에 이번 추석에는 전 직원이 선물을 받지 않을 계획이다.

인터넷포털사이트 다음커뮤니케이션도 2년 전부터 관련 회사에서 보내온 추석선물을 모아 사내경매에 내놓은 뒤 수익금은 불우이웃돕기에 쓰고 있다.

다음측은 “인터넷 콘텐츠를 제공하려는 업체들로부터 불가피하게 받은 선물은경매에 내놓는다.”면서 “직원들도 명절에 부담없이 좋은 일을 할 수 있어 반긴다.”고 말했다.

평소 협력업체로부터 선물을 받지 않도록 하는 삼성전자는 추석을 앞둔 지난주 조회 때 사원들에게 ‘추석 전후로 어떠한 선물도 받지 말라.’고 공식지시했다.

전임 총장이 판공비로 정치권에 수천만원어치의 명절선물을 보내 물의를 일으켰던 서울대는 올 추석에는 외부에 일절 선물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운전원·위생원·방호원 등 직원들에게는 총장 이름으로 성의가 담긴 작은 선물을 나눠줄 계획이다.

시민단체들은 명절 선물이 납품이나 하청 등을 위한 것으로 결국 그 비용이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져 왔다면서 기업이나 기관들의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문화’를 적극 환영하면서 정계 등으로의 확산을 기대했다.

경실련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의 장홍석(33) 간사는 “대기업이 솔선수범해 명절 선물을 없애는 것은 결국 기업의 경제적 비용을 개선하는 효과를 낳는다.”면서 “정치인도 선물을 무조건 쌀로 받아 수재민을 돕거나 아예 안 받는다는 선언을 하면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
2002-09-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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