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영화를 원한다면…

색다른 영화를 원한다면…

입력 2002-09-18 00:00
수정 2002-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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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가 잇따라 개봉한다.‘둘 하나 섹스’(19일 개봉)와 ‘낙타(들)’(27일 개봉).둘 다 성(性)을 소재로 하지만 접근 방식은 다르다.전자가 복잡한 콜라주를 감상하는 느낌을 준다면,후자는 쓸쓸한 흑백사진을 보는 느낌을 준다.상업영화에 길들었다면 불편할지 모르나 모처럼 시각과 지적 감각에 충격을 던져주는 작품들이다.

口열아홉·서른,멈춰버린 시간= ‘둘 하나 섹스’의 1부 ‘서른,현대의 순교’는 대부분 섹스 장면으로 채워진다.돈이 떨어지면 훔치고 또 섹스에 탐닉한다.말을 최대로 아끼면서 영화는 그저 충실히 이들의 행각과 상징들을 나열하며 형식의 실험을 보여준다.돈이 전부가 된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상태인 육체의 언어로만 소통하는 그들을 영화는 순교자라 칭한다.

2부 ‘열아홉,풍자가 아니면 해탈’은 청소년의 초상을 우울하게 담아냈다.본드와 섹스에 빠져 사는 남자 둘과 여자는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다.사회는 이들에게 어떤 희망도 주지 못한다.결국 1부의 두 남녀처럼 희망없는 미래에 종지부를 찍는다.

보통의 장편 상업영화와 달리 이 영화는 특별한 서사구조가 없다.감독은 미쳐 돌아가는 세상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숨기고 살아가는 현대사회를,극단적인 상징을 통해 풍자했다.아니면 해탈이든지.하지만 단편을 단순히 이어 붙인 게 장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었다.단편영화적 감성으로 시간만 늘려 지루함을 준다.이 작품은 헌법재판소로부터 ‘등급보류’가 위헌임을 이끌어낸 영화.1997년 촬영을 시작한 지 5년만에 개봉하게 됐다.이지상 감독.

口마흔,무표정한 일탈= ‘낙타(들)’는 중년 남녀의 일탈을 그렸지만 야하거나 충격적이지 않다.흑백영화에 롱테이크로 화면을 길게 붙들어 놓아 오히려 지루한 편.하지만 이 영화의 지루함은 의도된 것이다.놀랄만큼 일상적인 대화를 그대로 따라가는 관객은 우리 삶이 얼마나 지루한 것인가를 문득 깨닫게 된다.더 나아가 일탈을 꿈꾸지만 그 일탈마저도 환상임을 알게 되는 것.

영화에서 만난 두 남녀는 영화의 절반이 지나갈 때까지 아주 평범한 대화만을 주고받는다.깎듯이 예의를 갖춰 일상을 나누는 둘의 모습은 정말 쓸쓸하다.격정이 없는 섹스를 하고 비빔국수를 먹으며 대화를 나눌 때 비로소 이들이 기혼남녀임이 드러난다.그렇다면 왜 불륜을 저지르는 것일까.

구차하게 이런저런 사건을 보여주지 않고도,대화만으로 지친 삶과 지루한 일상을 잡아내는 연출솜씨가 놀랍다.호텔방으로 들어간 뒤 보이는 빈 복도,식당을 떠난 뒤 허전하게 남은 빈 자리.영화는 그 빈 공간을 오랫동안 관객의 시선에 남겨두면서 당신의 삶을 돌아보라고 조용히 말한다.지난 3월 스위스 프리브루 영화제에서 대상과 시나리오상을 수상했다.‘모텔 선인장’의 박기용 감독.

김소연기자 purple@
2002-09-1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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