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강월도 시인

[2002 길섶에서] 강월도 시인

최태환 기자 기자
입력 2002-09-09 00:00
수정 2002-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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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의 찬미’(1991년작)는 일제 때 성악가 윤심덕(장미희扮)과 문학청년 김우진(임성민扮)의 꿈과 사랑을 담담하면서도 애잔하게 그려냈다.당시 많은 지식인들의 업보였듯 이들에게도 민족의식,일제 억압과 좌절,그리고 퇴폐미 넘치는 사랑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었다.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지 못한 이들은 부산으로 향하는 관부연락선에서 투신으로 생을 마감한다.비바람치는 갑판에서 포옹하며 일렁이는 파도를 바라보는 불안한 표정의 클로즈업이,비련의 끝을 암시한다.그리고 두 사람의 모자가 바닷가로 밀려나오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며칠 전 강월도 시인이 제주도로 가는 페리선상에서 투신,실종됐다고 한다.가방에선 투신을 예고하듯,중절모를 쓴 신사가 물에 잠긴 모습을 묘사한 합성사진이 발견됐다.극작가,철학교수이기도 한 그는 3년 전부터 병마에 시달려 왔다.그는 이제 하늘에서 시집 제목처럼 ‘사랑무한’을 노래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광막한 광야를 달리는 인생아.’ 윤심덕의 노랫말이 시인의 고단했을 삶과 오버랩된다.

최태환 논설위원

2002-09-0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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