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서울시 직원 57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2.8%가 ‘가끔',22.8%는 ‘자주' 희망퇴직을 생각한다고 한다.주된 이유는 공직생활에 비전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49.3%)이란다.대안으로는‘개인사업'(63.1%) ‘농사'(11.8%) ‘민간기업 취업'(9.6%) 등을 꼽았다.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누구나에게 있고,마음속 생각은 한없이 자유로울 수 있다.
장상(張裳) 전 총리서리에 이어 장대환(張大煥) 서리도 총리인준을 받는데 실패했다.대학 총장과 언론사 사장 등 ‘내로라' 하는 인사를 상대로 열린국회 인사청문회의 공과에 대해 정치적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시중에선 말의 성찬이 한창이다.한 고위공직자의 부인은 남편을 조용히 부르더니 ‘더이상 출세할 생각마세요.'라고 했다고 하고,사회지도층 인사들은 혹시 모를 ‘미래’에 대비해 밀린 교통범칙금 등 각종 벌과금을 내느라 법석을 떨었다는 우스갯 말도 있다.그중 다행인 것은 공직자와 그 가족들의 자부심과 자긍심이 한껏 고양됐다는 점이다.‘공무원 아무나 하나'라고나 할까.외환위기 직후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우리사회의 취업난과 고용불안정은 여전하다.아직도 대학졸업자 5명중 2명이 실업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삼성전자 직원들의 올 상반기 평균 근속연수는 7.5년으로 98년 12.1년에 비해 4.5년이나 짧다.샐러리맨 사이에 ‘평생직장의 대명사'였던 삼성전자의 평균 근속연수가 8년에도 못미친다는 것은 국내 기업들의 구조조정시스템이 이제 ‘상시화'됐고,그만큼 샐러리맨들의 고용불안정이 심화됐다는 뜻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취업시장에 공무원 열풍이 불고 있다.한 채용정보업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구직자의 과반수가 해고위험이 적어 ‘최고의 안정적 직업인 공무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유수의 대학들이 사법시험 행정고시 등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장으로 바뀌었다는 탄식의 소리가 들린지 오래다.지난 5월 전주시가 14명의 9급 지방행정직을 뽑는 시험에 2038명이 몰려 1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공무원 열풍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수원시가 지난달 일용직 환경미화원 10명을 뽑는데 대졸자 3명을포함해 45명이나 지원,필기시험을 치러 합격자를 가렸다고 한다.위험·가족수당 등을 합해 연봉이 2300만원으로 비교적 높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오래 다닐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권인 시대다.그것만으로도 책임과 의무가 뒤따른다고 하면 지나친 엄숙주의적 요구일까.공무원 생활은 당초 부자의 길은 아니다.큰돈을 꿈꿨다면 그는 공직을 치부의 수단으로 이용하겠다는 그릇된 생각에서 인생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비전이 없어 희망퇴직을 생각한다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꼽은 대안의 하나는 ‘농사’다.그러나 직장인이면 누구나 한번쯤 그려보는 ‘농사나 지어볼까.'하는 생각은 “농사는 기술적으로 어렵고,육체적으로 힘들며,기업적으로도 위험하다.”는 소설가 복거일씨의 분석처럼 미망일 뿐이다.
‘욕심이 땅보다 두껍고 하늘보다 높다.'는 말이 있다.사람마다 욕심이 있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제어하고 조정하느냐이다.분에 넘치는 욕심은 자신을 망가뜨리고 후손에 부끄러움만 남길 뿐이다.결실의 계절 가을에성큼 다가선 2002년 8월30일 아침.출근길 나서는 모든 샐러리맨에게 노시인이 일깨우는 삶의 지혜를 선사한다.“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네가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너의 앉은 자리가/바로 꽃자리니라.”(구상의 우음 2장 중에서)
김인철 공공정책팀장 ickim@
장상(張裳) 전 총리서리에 이어 장대환(張大煥) 서리도 총리인준을 받는데 실패했다.대학 총장과 언론사 사장 등 ‘내로라' 하는 인사를 상대로 열린국회 인사청문회의 공과에 대해 정치적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시중에선 말의 성찬이 한창이다.한 고위공직자의 부인은 남편을 조용히 부르더니 ‘더이상 출세할 생각마세요.'라고 했다고 하고,사회지도층 인사들은 혹시 모를 ‘미래’에 대비해 밀린 교통범칙금 등 각종 벌과금을 내느라 법석을 떨었다는 우스갯 말도 있다.그중 다행인 것은 공직자와 그 가족들의 자부심과 자긍심이 한껏 고양됐다는 점이다.‘공무원 아무나 하나'라고나 할까.외환위기 직후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우리사회의 취업난과 고용불안정은 여전하다.아직도 대학졸업자 5명중 2명이 실업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삼성전자 직원들의 올 상반기 평균 근속연수는 7.5년으로 98년 12.1년에 비해 4.5년이나 짧다.샐러리맨 사이에 ‘평생직장의 대명사'였던 삼성전자의 평균 근속연수가 8년에도 못미친다는 것은 국내 기업들의 구조조정시스템이 이제 ‘상시화'됐고,그만큼 샐러리맨들의 고용불안정이 심화됐다는 뜻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취업시장에 공무원 열풍이 불고 있다.한 채용정보업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구직자의 과반수가 해고위험이 적어 ‘최고의 안정적 직업인 공무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유수의 대학들이 사법시험 행정고시 등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장으로 바뀌었다는 탄식의 소리가 들린지 오래다.지난 5월 전주시가 14명의 9급 지방행정직을 뽑는 시험에 2038명이 몰려 1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공무원 열풍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수원시가 지난달 일용직 환경미화원 10명을 뽑는데 대졸자 3명을포함해 45명이나 지원,필기시험을 치러 합격자를 가렸다고 한다.위험·가족수당 등을 합해 연봉이 2300만원으로 비교적 높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오래 다닐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권인 시대다.그것만으로도 책임과 의무가 뒤따른다고 하면 지나친 엄숙주의적 요구일까.공무원 생활은 당초 부자의 길은 아니다.큰돈을 꿈꿨다면 그는 공직을 치부의 수단으로 이용하겠다는 그릇된 생각에서 인생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비전이 없어 희망퇴직을 생각한다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꼽은 대안의 하나는 ‘농사’다.그러나 직장인이면 누구나 한번쯤 그려보는 ‘농사나 지어볼까.'하는 생각은 “농사는 기술적으로 어렵고,육체적으로 힘들며,기업적으로도 위험하다.”는 소설가 복거일씨의 분석처럼 미망일 뿐이다.
‘욕심이 땅보다 두껍고 하늘보다 높다.'는 말이 있다.사람마다 욕심이 있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제어하고 조정하느냐이다.분에 넘치는 욕심은 자신을 망가뜨리고 후손에 부끄러움만 남길 뿐이다.결실의 계절 가을에성큼 다가선 2002년 8월30일 아침.출근길 나서는 모든 샐러리맨에게 노시인이 일깨우는 삶의 지혜를 선사한다.“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네가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너의 앉은 자리가/바로 꽃자리니라.”(구상의 우음 2장 중에서)
김인철 공공정책팀장 ickim@
2002-08-3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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