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산책] 한국에만 있는 장르?

[충무로 산책] 한국에만 있는 장르?

황수정 기자 기자
입력 2002-08-28 00:00
수정 2002-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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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장르가 언제부터 생겼지?”

눈썰미 있는 관객이라면 줄지어 나붙은 영화 포스터들 앞에서 한번쯤은 물음표를 찍어봤을 것 같다.

‘논스톱 코믹 액션’‘에로틱 코믹 액션’‘졸라 유쾌한 액션 코미디’‘액션 신비극’‘항아리 들고 절라 뛰는 코믹 액션’….영화 ‘라이터를 켜라’‘패밀리’‘보스상륙작전’‘성냥팔이 소녀의 재림’‘2424’등의 제목 앞에 붙은 장르 수식어들이다.그냥 ‘액션’이라는 한마디로 뭉뚱그려 표현될 영화들이 저마다 하나씩 개성있는 이름표를 단 셈이다.

한국영화의 장르가 나날이 다양해진다.유사 장르에 엇비슷한 소재의 영화들이 유행처럼 기획되는 현실에서 작품의 주제를 한눈에 전해주는 수식어 개발은 마케팅의 제1원칙.눈에 띄는 이색 장르를 만들어내는 건 제작사나 홍보사의 몫이다.

‘보스상륙작전’을 홍보하는 리얼스타의 황정임 마케팅 팀장은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장르 카피(Copy)’를 만들어놓는 건 작품 차별화를 위한 기초작업”이라면서 “싫건 좋건 영화의 주 소비자층인 신세대들이 즐겨쓰는단어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한다.신세대 네티즌들의 유행어를 숙지해두는 건 필수다.

한국영화에서 흔한 장르인 코미디나 멜로물들도 수식어가 유난스럽기는 마찬가지.늦깎이 대학생과 ‘색깔있는’ 여대생의 만남을 그린 윤제균 감독의 신작 코미디 ‘색즉시공’은 ‘무대뽀 섹시 코미디’란 이름표를 달았다.남한 남자와 북한 여자의 사랑을 담은 코미디 ‘휘파람 공주’는 아예 ‘휘파람 코미디’라는,세상에 둘도 없는 장르를 개발했다.소설 ‘내 생애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이 원작인 멜로 ‘밀애’(변영주 감독)도 ‘격정멜로’라는 새 장르를 만들었다.

‘밀애’를 제작하는 좋은영화사의 조윤미 실장은 “‘주유소 습격사건’과 ‘조용한 가족’에 처음 붙여져 눈길을 끌었던 ‘코믹 통쾌극’이나 ‘코믹 잔혹극’은 몇 년 새 아주 흔한 장르 수식어가 됐다.”고 말했다.

이제 영화제목 앞의 수식어들을 꼼꼼히 한번 뜯어보자.홍보 현장의 불꽃튀는 ‘개척정신’까지 영화감상의 범주에 넣어볼 일이다.

황수정기자
2002-08-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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