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뒷좌석에서

[2002 길섶에서] 뒷좌석에서

우득정 기자 기자
입력 2002-08-19 00:00
수정 2002-08-1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미국에서 부와 명예의 상징으로 통하는 월가에 입문하는 젊은이들에게는 3가지의 소망이 있다.

첫째,‘페이퍼 백’에 싼 스낵 대신 근사한 레스토랑의 예약석에서 종업원들의 서비스를 받으며 점심 식사를 한다.둘째,회사에서 나만의 공간인 사무실에 앉아 여비서로부터 스케줄 보고를 받는다.마지막으로 운전기사가 모는 회사 차량의 뒷좌석에 기대어 앉아 공상에 젖는다.세번 째 단계가 되면 ‘성공 인생’의 반열에 든 것으로 자부하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5년간 운전기사가 딸린 차를 타다가 올 들어 오너 드라이버로 바뀐 K씨는 자가운전 예찬론자다.처음에는 출퇴근 걱정없이 운전기사가 하자는 대로 하니까 무척이나 편했다고 한다.내심 ‘신분 상승’의 쾌감까지도 느꼈다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출근길에 뒷좌석에 앉은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까 행복한 표정이 아니었어.편안한 것 이상으로 모든 고민을 안고 있는 것 같았어.”

자동차 뒷좌석에 앉은 사람들을 볼 때마다 떠올리는 생각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2002-08-19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