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입에 맞지 않지요?” 스님이 이렇게 물었을 때 나는 얼떨결에 “예.”하고 말았다.실제로 양념을 안 쓴 절 음식은 기본적으로 싱거운 데다매운맛,짠맛이 제각각 놀아 도무지 감칠맛이 없었다.“천천히,아주 천천히,짠 맛은 짠 맛대로 싱거운 맛은 싱거운 맛대로 깊이 느끼면서 들어 보세요.” 뱉은 말이라 주워 담지도 못하고 겸연쩍어하는 내게 스님은 각별한 의미를 담아 일러 주었다.

다음날 아침,평소 스님이 일러준 대로 가능한 한 천천히 밥알 하나하나의맛을 음미하면서 먹어 보았다.그랬더니…,맵든 짜든 시든,끝에 가서는 다 단맛이 나는 게 아닌가.

아하,몸에 필요한 것은 다 달구나! 그렇다면 혀 끝에서 맵고 짠 것은 뭔가.식욕을 위한 장치일 뿐이다.이 혀끝의 미각을 위해 영국은 인도를 점령해 향료를 실어 날랐다던가.오늘날 빈국들의 기근도 부자나라 사람들의 입맛과 무관하지 않다니 지나치게 미식(美食)을 탐하는 것도 죄악이 아닌가.이제부터혀끝의 탐욕으로 먹지 말고 몸의 필요로 먹자.

김재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