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일 교수 ‘…구전민요의 세계’ 음반 발간

조동일 교수 ‘…구전민요의 세계’ 음반 발간

입력 2002-08-12 00:00
수정 2002-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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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나지막한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두 다리를 세워 두 손으로 감싼 자세로 쪼그리고 앉아,아득한 옛적의 마음속 깊이 쌓인 비밀스러운 사연을 조심스럽게 꺼내듯이…육십 평생 하고 싶은 말,한탄스러운 사연을 다 쏟는 듯했다.노래가 끝나자 할아버지도 놀라면서 ‘어 이녁도 소리를 하네.’라고 한마디 했다.할아버지도 할머니의 소리를 처음 들어본 것이었다.”

국문학자 조동일(趙東一·63) 서울대교수가 1997년 ‘한국민요의 전통과 시가 율격’(지식산업사 펴냄)에서 밝힌 민요 채록담의 일부다.경북 봉화군 물야면 북지리에 살던 김대연 할머니 집에서 있은 일이라고 한다.조 교수는 1960∼1970년대 경북 일대에서 민요를 채록했다.

조 교수가 한때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에 심취한 불문학도였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학문적 주체성을 놓고 고심하기 시작하던 무렵 발견한 것이 고향의 민요였다.그의 고향은 경북 영양군 일월면 주곡동 주실.이곳에서 태어난 지훈 조동탁과는 일가가 된다.

조교수는 몇해 동안 직접 녹음하고 사설을 채록했다.카세트 테이프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사설을 필록하고서 다시 녹음을 해야 했다.‘소리의 발견’은 민요 연구로 이어졌고,1971년 펴낸 ‘서사민요 연구’(계명대출판부 펴냄)는 첫번째 성과였다.독자적으로 서사민요라는 구비서사시의 갈래와 유형·문체·전승 등을 규명했다.이렇듯 무게 있는 저작을 남긴 것도 민요를 채록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신나라뮤직이 펴낸 ‘경상북도 구전민요의 세계’는 바로 조동일이 소장학자 시절직접 녹음한 그 민요들이다.13개의 카세트테이프 내용을 삭제하지 않고 9개의 콤팩트디스크(CD)에 담았다.‘훗사나타령’‘통연 통연 김통연아’‘춘아 춘아 옥단춘아’등 서사민요를 중심으로 송서와 시창,가사와 시조,신민요와 창가,유행가까지 망라했다.너무 심하게 손상돼 복원이 불가능한 몇몇 노래만 제외됐다.

조 교수의 채록은 1967년 12월21일부터 1972년 8월27일 사이 여름·겨울방학을 이용했다.지역은 안동과 영양 청송 영천 성주 봉화 등지다.방아찧는 발동기 소리,매미소리,개짖는 소리,닭우는 소리 등 정겨운 고향의 소리가 그대로 담겼다.

이 녹음은 문학연구를 위한 것이었지만,오늘날 가치는 그에 머무르지 않는다.무엇보다 오늘날 도저히 들을 수 없는 민요가 대부분이다.들을 수 있더라도 온전치 못한 조각소리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녹음 당시에 벌써 제보자들은 희미해진 기억을 되살리려고 애쓰는 장면을 보여준다.학자들에게는,분야를 막론하고 현지조사의 중요성을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녹음 내용을 음반으로 내는 데 큰 몫을 한 김헌선 경기대 교수는 “민요를 생성해 전승하는 데 어림잡아 200년이 걸린다면,소멸하는 데는 20년도 채 안 걸린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놀랍고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이 음반의 시대적 가치는 이에서 찾아야 마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철기자 dcsuh@
2002-08-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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