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산업연수제도 확대’ 철회를

[시론] ‘산업연수제도 확대’ 철회를

박천응 기자 기자
입력 2002-07-19 00:00
수정 2002-07-1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열대야를 씻어낼 정부의 외국인노동자 개선정책을 기대하고 있었다.그러나 정부의 산업기술연수제도의 확대·강화 발표는 오히려 짜증과 불쾌지수만 더해주고 말았다.

정책당국과 시민사회단체,언론의 연수제도 개선 요구와 중소기업의 객관적 현실까지 무시한 이번 ‘당나귀 정책’은 강한 저항을 받을 것이 자명하다.따라서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철저한 배타성과 통제 강화 의도를 가진 정부의 산업기술연수제도 확대 정책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정부의 속셈이 무엇인지 강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산업기술연수제도는 편법이다.산업기술연수생은 근로자의 신분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수 차례에 걸쳐 나왔다.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를 근로자 신분이 아닌 산업기술연수생의 신분으로 계속 옭아매는 정책을 유지하는 까닭을 이해할 수 없다.표면적으로는 중국 동포 등에게 서비스업으로의 취업을 개방한다고 하지만,이는 현실을 인정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오히려 규제와 통제를 통해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여겨진다.

현재 자진신고를 마친 26만여명의 외국인노동자를 강제 출국시키고 산업연수생 13만여명으로 부족인력의 빈자리를 채우겠다고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오히려 이번 정책안은 돈과 권력의 ‘입맞춤’이라는 강한 의혹을 갖게한다.

불법체류자 문제는 연수제도의 개선을 통해서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산업기술연수제도를 도입한 일본과 한국의 불법체류자는 각각 연수생의 42.2%와 77.4%에 이른다.연수제도가 아닌 다른 제도를 도입한 나라에서 불법체류자의 수는 대만 7.4%,싱가포르 3.2%,독일 6.5%로서 10% 이내인 것을 감안하면 법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은 더욱 자명해진다.

기업과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강제적 수단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산업기술연수제도의 폐지를 반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주장 역시 설득력이 없다.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제도개선이 이뤄지면 퇴직금,임금상승 등으로 비용이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연수생에게도 퇴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중소기협에서도 이미 퇴직금제를 준비하고 있다.또 외국의 경우 이주노동자의 임금이 자국민 노동자 임금의 80% 수준임을 감안하면 임금 상승에 따른 비용증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지난달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인 54.2%,외국인 노동자 82.5%가 “고용허가제가 실시되면 송출과 관리가 나아질 것”이라고 답했다.특히 외국인 노동자 73%는 “불법취업을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중소기협이 인력송출 관련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중소기협은 외국인 산업연수생을 연수업체에 배정하면서 6000명을 은밀히 들여왔다.송출업체로부터 필리핀인 93명을 불법 입국시켜주는 대가로 9000만원을 수수하는 등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중소기협이 기업의 생산 활동이 아닌 산업연수생제도를 통해 99년 거둔 수입이 89억원에 이른다.인력부족 현상을 채우기 위해 시작된 산업기술연수제도가 ‘현대판 노예시장’ 같은 인력장사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산업기술연수제도는 폐지해야 하고 법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도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토록 해야 한다.

외국인노동자는 근로자이지,불이익을 감수하며 일만 해야 하는 노예시장의‘상품’이 아니다.

이들의 권리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무더위를 식힐 수 있을 것 같다.

박천응 목사·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
2002-07-19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