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매일 창간98/한국언론 자본 종속 여전… 正論 한계

대한매일 창간98/한국언론 자본 종속 여전… 正論 한계

김성호 기자 기자
입력 2002-07-18 00:00
수정 2002-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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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언론 개념은 시각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생길 수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이 요구하는 상업적인 논리와 이윤추구 욕구에 머물지 않고 언론의기능과 사명을 우선시하는 언론이란 점에선 이견이 없다.그런 차원에서 볼때 우리 언론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각 언론사가 독립언론을 표방,소유구조개편과 편집권 독립을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절름발이 언론이란 비난을 비켜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특히 자본을 소유한 사주 개인에게 종속되지 않은 채 언론의 역할을 수행할수 있는 여건 마련이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역사상 언론의 독립성은 오랫동안 정치적인 독립을 의미했다.그러나 정치로부터의 독립은 이미 근대사회에 쟁취해낸 일이다.현재 한국 언론도 정당이나정치 후견인에게 종속된 경우는 없다.1980년대 후반까지는 정치적인 통제가컸지만 90년대 들어선 자본의 소유구조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는 실정이다.

현대 언론의 명제가 좀더 적극적인 의미에서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고 볼 때,권력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과는 별개로 여전히 거리가멀다.몇몇신문사의 경우 재정을 외부에 의존하지 않은 채 독립자본에 의해 독자적으로운영되지만 사주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은 숨길 수 없는현실이다.

근본적으로 사주의 지배를 받아 사주가 요구하는 정치·경제적 이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고 보면 오히려 사주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권력과더 밀접해질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그 신문사들에서 표면상으로는 최대 주주가 개인이 아닌 재단 또는 학교법인으로 돼 있지만 창업주 일가가 그 재단·학교법인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임을 볼 때 그 힘이 신문편집에도 직접적으로 작용한다고 봐야 한다.

한편 족벌체제를 벗어난 신문사의 경우 시장에서 얼마만큼 생존력을 갖춰나가는가가 독립언론의 관건으로 남아 있다.정부 소유였다가 사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이끌어낸 대한매일은 물론 한화에서 독립해 100% 사원지주제를 정착한 경향,현대그룹으로부터 독립한 문화일보도마찬가지다.국민주를 공모한 한겨레는 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운영하지만 시장에서의 열악한 상황은 다를 바 없는 실정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소유구조가 어떻게 돼 있느냐가 아니라 실질적인 독립의 핵심여건인 내부 편집권이 어떻게 확립됐느냐는 데 있다.진정한 독립언론은 정치적·자본적 통제로부터 자유롭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모든 강제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결국 정치적으로,소유주나 경영진으로부터,또 취재·편집 종사자 집단의 내부적 압력으로부터도자유로워져야 독립언론은 비로소 그 구실을 다 할 수 있게 된다.

김성호기자 kimus@

■독립언론으로 가려면 - 소유구조 분산·시장 재편 시급

독립언론의 진정한 의미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에서 찾아진다.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 언론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에서 멀고,그 가장 큰 이유는 재벌·족벌 언론사들의 과당경쟁과 독과점에 따른 시장구조 왜곡에 있다.따라서전문가들은 진정한 의미의 독립언론을 이루기 위해선 소유구조 분산과 언론시장구조 재편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그리고 언론사 자체의 각성과 시민사회단체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 소유구조 분산 = 편집및 경영을 사주가 장악하다 보면 사주의 의도가 그대로편집에 나타나게 되고 이는 결국 권언유착 현상으로 귀결된다.현재 언론개혁시민연대와 민변등이 추진하는 ‘정기간행물 등록 등에 관한 법률’(정간법)개정도 집중된 소유구조를 분산해 사주의 편집·지면 간섭을 차단하는 데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행 정간법에는 신문의 경영 지원 부분이 없다.따라서 사유재산에 대한 제약이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지만 대주주의 소유지분을 제한하도록 정간법을개정하거나 신문에 관한 모든 규정을 묶어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도 개선책이될 수 있다.이와 함께 언론사의 기업 공개가 필요하다.

◆ 시장구조 개편 = 현재 객관적인 언론시장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시민사회단체 등은 특정 3개사의 시장점유율을 70∼75%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일부에선 80%까지 된다고 추정한다.공정거래법상 점유율이 3개사가 75%,1개사가 50%를 넘으면 공정거래 위반에 해당한다. 따라서 지금처럼 3개 신문이전국시장에독과점 체제를 구축한 상황에서는 정간법 개정이나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한 특별볍 제정이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7월 부활한 신문고시도 시장 정상화에 미흡하다고 본다.신문협회는 자율판매 규약에 따라 무가지 배포와 경품,구독강요 등을 스스로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사실상 규제에는 한계가 있다.

신문고시의 핵심은 ▲무가지를 20%로 제한하고 ▲경품은 독자가 납부해 얻는 수익의 10분의1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여기에서 왜곡된 시장질서를더이상 방치해선 안되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바로 신문시장을 규제해야 한다는주장이 제기된다.

공동배달제와 공동판매제를 통해 개별 신문사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여건을마련하고 공동배달·판매사에 대한 세제지원이 시급하다.

◆ 언론사및 시민단체의 노력 = 지금처럼 언론이 1등 지향과 사세 확대에 치중하다 보면 독자들의 실망과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결국은 언론사 자체의 노력 없이 독립언론은 요원하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데스크와 기자관계 등취재·편집·제작 관여자들이 끊임없이 공감대를형성하고 스스로를 재평가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독자·시민단체들의 언론감시도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수단이다.

*도움말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김영호 전 세계일보 편집국장(시사평론가)/주동황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외국의 대안적 모델 - 영국 ‘가디언'등 편집권 철저 존중

외국 언론사도 대부분 몇몇이 사적으로 소유하면서 경영권과 소유권을 함께지배하는 형태를 갖고 있지만 실제 편집활동에서는 편집인의 자율성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공통점을 지닌다.우리 언론현실에 비춰 대안이 될 만한 사례들을 들어 본다.

◆ 인포마숑 = 덴마크의 인포마숑은 구조적으로 직접 민주주의 성격을 완전히관철하는 대표적인 신문이다.기자를 포함한 전 직원이 동등한 권리를 갖고공동 소유한다.인포마숑은 기자 출신인 B 오체가 나치 독일 점령 하에서 지하통신 형태로 창설했다.

현재의 기업구조를 갖춘 때는 1967년.경영 위기에 빠진 이 신문을 출판업자인 P 포크달이 인수했는데,그는 전 직원이 평등한 권리를 갖는 신문사를 만든다는 목표로 자신이 투자한 자본을 10분의1 가격으로 오체 등에게 양도하는 결단을 내렸다.그 결과 인포마숑은 전직원이 공동 소유하는 신문기업이되었다.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편집 부문의 42명을 포함해 전직원 145명으로구성된 직원회 총회다.

◆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 자이퉁(FAZ) = 1853년 창간됐으며 1959년 비영리재단법인인 FAZIT 재단법인이 소유·발행하는 독일 신문.정치적 중립성을 인받는 저명인사 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재단을 주도한다.무엇보다 두드러진 특성은 정치·경제·사회·문화·체육 등 5개 부문의 편집 책임자인 편집국장들이 공동으로 발행인을 맡고 있다는 점.

◆ 가디언 = 영국의 가디언은 1821년 맨체스터의 작은 지방지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독립언론의 표상이다.가디언이 지금의 명성을 얻은 데는 창간후 50년만에 편집장이 된 사주의 조카 C P 스코트의 역할이 컸다.

편집장을 무려 57년이나 역임한 뒤 사주에 오른 스코트는 가디언의 독립성과 진보성을 중시하며,‘사회적 양심에 기초한 독립언론’상을확립하는 데결정적 구실을 했다.그의 정신을 이어받은 J R 스코트는 가디언의 편집권을영구히 독립시키는 방안을 고민하다 재단을 설립해 전 재산을 출연했다.

한때 ‘더 타임스’와의 합병을 고려하고,광고물량이 적어 다른 신문의 홍보물을 실을 정도로 쪼들리기도 했으나 여태껏 서민 노동자 학생 지식인에게서사랑받는 영국의 대표적인 진보신문이다.

◆ 폴리티켄 =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1884년 창간해 현재 다른 일간지 1개와 출판사 등 관련기업을 경영하는 신문사.재단 소유 방식으로 운영하는 점이 특징이다.총 자본금의 70%에 해당하는 주식을 폴리티켄 재단이 소유하고 있다.

재단 이사회는 최고 재판소 변호사와 교수 3명,화가 1명,경영인 2명 등 모두8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성호기자
2002-07-18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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