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행운이면 모를까,우리는 남의 일로 신을 떠올리지 않는다.하물며 남의 불행임에랴.그러나 자신과 똑같은 불치의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들이 애원하자 아들을 목졸라 숨지게 한 광주의 한 아버지는 우리에게 불행의 불가해한 깊이를,신을 생각하게 한다.광주 남부경찰서는 하반신이 마비되고 시력까지 잃은 아들이 죽여달라고 하자 트레이닝복 허리끈으로 아들의 목을 졸라 죽게 한 아버지 김모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아버지 역시 같은 병으로 시력을 거의 상실하고 하반신이 마비된 1급 장애인이며,딸 또한 이 병으로 요양원 생활 중이다.김씨의 어머니와 여동생도 이 윌슨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김씨의 부인이 과일행상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데,7년 전 스무살까지 생생하던 김씨의 아들은 “더 이상 어머니의 짐이 되기 싫으니 죽여 달라.”고 아버지에게 애원했고,아들의 목숨을 거둔 아버지는 즉시 경찰에 자수했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자신이 한 일과는 전연 무관하게,3만명에 한명 꼴의 기계적 비율로 이뤄지는 뒤틀린 유전자 조합의운수없는 희생자로 희귀병을 3대째 앓아오고,그 와중에 제 손으로 아들의 목숨까지 거둬야 했던 김씨의 불행 앞에서 우리는 깊은 무력감을 느낀다.사회의 모순이나 개인의 불행을 제도 개선 및 자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합리주의가 이 불행 앞에서는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나 무력감은 곧 어떤 경건한 깨달음으로 이어진다.평소하찮게 여기던 우리의 평범하나 정상적인 삶이 더없이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스물일곱살 아들의 목을 졸라야 하는 아버지의 삶에 비하면,무정한 유전병의 대물림 앞에 십여년간 넋이 나간 김씨 가족들에 비하면 우리의 삶은 천국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우리의 삶과 운명을 고맙게 여기고,우리보다 못한 남을 진정으로 도와주자.
이 세상에 태어나서 자신이 한 일과는 전연 무관하게,3만명에 한명 꼴의 기계적 비율로 이뤄지는 뒤틀린 유전자 조합의운수없는 희생자로 희귀병을 3대째 앓아오고,그 와중에 제 손으로 아들의 목숨까지 거둬야 했던 김씨의 불행 앞에서 우리는 깊은 무력감을 느낀다.사회의 모순이나 개인의 불행을 제도 개선 및 자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합리주의가 이 불행 앞에서는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나 무력감은 곧 어떤 경건한 깨달음으로 이어진다.평소하찮게 여기던 우리의 평범하나 정상적인 삶이 더없이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스물일곱살 아들의 목을 졸라야 하는 아버지의 삶에 비하면,무정한 유전병의 대물림 앞에 십여년간 넋이 나간 김씨 가족들에 비하면 우리의 삶은 천국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우리의 삶과 운명을 고맙게 여기고,우리보다 못한 남을 진정으로 도와주자.
2002-07-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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