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장갑차 사망 양주군 르포/주민들 일손 놓고 규탄집회

美장갑차 사망 양주군 르포/주민들 일손 놓고 규탄집회

이영표 기자 기자
입력 2002-07-03 00:00
수정 2002-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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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존중없는 평화는 없다.살인범은 어린 영정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

미국 독립기념일을 이틀 앞둔 2일 여중생 2명이 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죽은 사고가 발생한 경기 양주군 광적면 효촌2리 마을에는 부슬부슬 내리는 비속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우리는 분노에 떨고 있다.내 딸을 살려내라.”

지난달 13일 어린 두 학생이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당한 마을 입구에는 이런 글이 적힌 플래카드가 비바람 속에 을씨년스럽게 펄럭였다.

반면 사고 장갑차가 소속된 마을 옆 미2사단 캠프 하우즈 사령부는 이틀 앞으로 다가온 독립기념일 축제를 준비하느라 들뜬 분위기여서 대조를 이뤘다.트럭을 타고 지나가는 미군 서너명의 웃는 얼굴이 플래카드와 묘하게 엇갈렸다.

효촌2리 마을 주민들은 생업을 뒤로 미루고 이날 저녁 미군 부대 앞에서 가진 ‘미국 규탄 집회’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피켓도 만들고 머리띠도 둘렀다.

고 신효순·심미선(14) 양이 공부하던 조양중학교 학생들과 인근 경민고 학생들까지 침묵 시위를 위해 부대로향하는 바람에 이곳 마을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길을 지나던 한 할아버지는 “우리 손녀들이 죽은 땅에서 미군들은 독립기념일 잔치를 한대요,글쎄.”라며 혀를 찼다.

조양중학교 학생부장 김홍만(45)교사는 “교사와 학생들이 사고 지점인 광적면 도로를 넓혀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와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등 5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두 여중생 미군 장갑차 살해사건 전국대책위’회원 20여명은 의정부역 앞마당에서 목이 터져라 반미구호를 외치며 이틀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었다.4일 미군의 독립기념일 행사에 맞서 한·미 공동조사단에 의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범국민대회도 갖는다.

막내딸 미선양을 잃고 충격을 받아 드러누운 어머니 이옥자(45)씨는 집에서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다.방안에는 딸이 남긴 사진첩과 책가방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이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을 죽인 미군들이 우리 땅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현실이 서글프다.”면서“‘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지만 엄연한 주권국가의 국민으로서 유린당한 인권을 되찾고 싶은 생각뿐”이라며 마른 눈물을 삼켰다.

효선양의 어머니 전명자(39)씨는 식음을 전폐하고 외부와 접촉을 꺼리고 있다.전씨는 “미군 때문에 당한 우리 세대의 고통을 대물림하지 않으려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를 처음 목격한 홍기식(54)씨는 “마을 주민들 모두 ‘언제 내가 또다른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대책위 제종철 간사는 “미국 정부가 한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성의있는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녁 6시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플래카드를 짊어진 채 한시간 남짓 시위를 벌인 뒤 귀가하는 주민들의 어깨가 왠지 무거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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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오현주 서울시의원 “특사경 KICS 의무화… 이행 대책은 어디에”

이영표 박지연기자 tomcat@
2002-07-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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