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요조숙녀

[2002 길섶에서] 요조숙녀

양승현 기자 기자
입력 2002-07-02 00:00
수정 2002-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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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열기로 가득한 지난주 말 퇴근길 전철에서였다.약간 취기가 있는 나이든 분이 승차해 두리번거리자 고교를 갓 졸업한 듯한 앳된 숙녀가 자리를 양보했다.붉은악마 옷차림에 경쾌한 개성미가 돋보였다.가벼운 목례와 함께“요조숙녀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붉은악마와 요조숙녀(窈窕淑女)-조금은 낯설게 다가왔다.요조숙녀라는 말이 감사의 표현으로 적합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오랫동안 지워진 단어였다.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승객들도 뜨악해하는 표정이었다.하긴 요조숙녀라고 하면 온순하고 얌전한 느낌이어서 신세대 여성들은 싫어할지 모르겠다.자유분방함이 특징인 월드컵 세대와는 더더욱 걸맞지 않은 용어 같기도 하다.

요조숙녀는 원래 노랫말이다.중국 고전인 시경(詩經)의 맨 첫머리에 나오는 시어다.최고의 신부감을 지칭했다.‘징경이 우는 소리 모래톱에 들리네.아리따운 아가씨(요조숙녀)는 사나이의 좋은 짝’.말 뜻이야 어쨌든 말하는 이의 진심만 사면 되는 법이다.

양승현 논설위원

2002-07-0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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