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팀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광주 시민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80년 5월,터질 듯한 긴장감과 분노의 함성으로 뒤덮였던 전남도청앞 금남로가 이날은 환희와 기쁨의 장으로 변했기 때문이다.누구도 드러내놓고 얘기하기를 꺼리며 비극의 현장으로만 각인돼 있던 이 거리에서 신바람나는 굿판이 벌어졌다.혀를 깨무는 울분이 아니라 모두 다함께 어깨춤을 추며 외쳐댄 한마당 축제의 장이었다.
이날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빛고을 광주에서 쏘아올릴 것인가.’에 5000만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렸다.광주는 그때 5월처럼 들끓었다.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듯,‘가자 금남로로,오라 도청앞으로’가 다시 한번 연출됐다.정오를 넘어서면서 20여만 인파로 금세 붉게 물들었다.
광주 시민들이나 전국 방방곡곡에서 달려온 붉은악마들이 민주화 성지에서 ‘히딩크 신화’가 이어지기를 바라는 염원을 맘껏 토해냈다.마침내 태극전사들이 120분 혈투에 이어 승부차기로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침시키는 순간,지축이 흔들리는 함성이 활화산처럼 터져나왔다.감당할수 없는 붉은 열기는 금세 금남로와 충장로를 적시고 광주 시가지 전체를 온통 열광의 도가니 속에 빠져들게 했다.
금남로가 어떤 곳인가.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며 광주 민중항쟁의 불을 지폈던 역사의 현장이 아니던가.이곳에서 젊은이들은 민주화와 정의를 외치다 스러졌고 아직도 자식 잃은 어머니의 울부짖음이 귓가에서 망령처럼 떠도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22년의 세월이 흘러 꿈에나 그려보던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어 냄으로써 이제 광주는,아니 금남로는 희망과 공존의 마당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했다.종래의 ‘광주시민만의 행사’라는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우리 민족은 하나’라는 거대한 외침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광주 월드컵 구장을 찾은 손님들이 “광주시민들은 정말 남다르다.”고 감탄했다.격정의 환희와 열정을 고스란히 가슴 속에 쓸어담는 지혜에 놀랐다고 혀를 내둘렀다.밤늦게까지 시내 곳곳에서 저마다 승리의 감격을 가슴에 안은 채 차에 올라타 태극기를 흔들며 질주하는 소동을 벌이고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오∼필승 코리아’를 외쳐댔지만 이날만은 그 흔한 안전사고 한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남기창/전국팀 기자kcnam@
80년 5월,터질 듯한 긴장감과 분노의 함성으로 뒤덮였던 전남도청앞 금남로가 이날은 환희와 기쁨의 장으로 변했기 때문이다.누구도 드러내놓고 얘기하기를 꺼리며 비극의 현장으로만 각인돼 있던 이 거리에서 신바람나는 굿판이 벌어졌다.혀를 깨무는 울분이 아니라 모두 다함께 어깨춤을 추며 외쳐댄 한마당 축제의 장이었다.
이날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빛고을 광주에서 쏘아올릴 것인가.’에 5000만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렸다.광주는 그때 5월처럼 들끓었다.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듯,‘가자 금남로로,오라 도청앞으로’가 다시 한번 연출됐다.정오를 넘어서면서 20여만 인파로 금세 붉게 물들었다.
광주 시민들이나 전국 방방곡곡에서 달려온 붉은악마들이 민주화 성지에서 ‘히딩크 신화’가 이어지기를 바라는 염원을 맘껏 토해냈다.마침내 태극전사들이 120분 혈투에 이어 승부차기로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침시키는 순간,지축이 흔들리는 함성이 활화산처럼 터져나왔다.감당할수 없는 붉은 열기는 금세 금남로와 충장로를 적시고 광주 시가지 전체를 온통 열광의 도가니 속에 빠져들게 했다.
금남로가 어떤 곳인가.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며 광주 민중항쟁의 불을 지폈던 역사의 현장이 아니던가.이곳에서 젊은이들은 민주화와 정의를 외치다 스러졌고 아직도 자식 잃은 어머니의 울부짖음이 귓가에서 망령처럼 떠도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22년의 세월이 흘러 꿈에나 그려보던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어 냄으로써 이제 광주는,아니 금남로는 희망과 공존의 마당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했다.종래의 ‘광주시민만의 행사’라는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우리 민족은 하나’라는 거대한 외침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광주 월드컵 구장을 찾은 손님들이 “광주시민들은 정말 남다르다.”고 감탄했다.격정의 환희와 열정을 고스란히 가슴 속에 쓸어담는 지혜에 놀랐다고 혀를 내둘렀다.밤늦게까지 시내 곳곳에서 저마다 승리의 감격을 가슴에 안은 채 차에 올라타 태극기를 흔들며 질주하는 소동을 벌이고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오∼필승 코리아’를 외쳐댔지만 이날만은 그 흔한 안전사고 한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남기창/전국팀 기자kcnam@
2002-06-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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