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추위 무산 안팎/ 특사 합의 한달만에 ‘空約’

남북경추위 무산 안팎/ 특사 합의 한달만에 ‘空約’

전영우 기자 기자
입력 2002-05-07 00:00
수정 2002-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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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 제2차 회의를 무산시킴에 따라 다시 남북관계에 빨간 불이 켜졌다.이에 따라 이달 안에 이뤄질 예정이던 북한 경제시찰단의 남한 방문은 물론,다음달 11일부터 열기로 한 금강산관광 활성화를 위한 남북 당국간 회담의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배경]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북한의 조치가 뜻밖이라면서 북한이 지난달 3∼6일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특사방북 이후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남북관계의 속도를 조절하고,미국이 강경책으로 북한의 빗장을 열 수 없다는 것을 대내외에 천명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라고 진단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이달로 예정된 프리처드 미국무부 대북교섭 담당대사의 방북을 앞두고 북·미 대화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금강산댐 공동조사,4대 경협합의서 발효,식량 차관 등 굵직한 현안을 다룰 이번 회의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이어 경의선·동해선 연결과 금강산댐 문제 등은 군부의 담당 사항인데,이에 대한 북한 내부의 의견이 정리되지 않은 것도한 원인일 것으로 풀이했다.

김영수(金英秀) 서강대 교수는 “북한은 임 특사 방북 이후 정해진 일정대로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2000년 10월 장충식(張忠植)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북한에는 자유가 없다.’는 발언을 문제삼아 남측을 압박했듯 남북 관계의 속도도 조절하고,대화의주도권도 잡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조치”라고 분석했다.

서동만(徐東晩) 상지대 교수는 “본격적인 북·미 대화에 앞서 미국의 강경책 때문에 북한이 남북 및 북·미 대화에 응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뜻”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파장 및 전망] 경추위 2차회의 무산에 따라 경의선 철도·도로 연내 연결 등 5대 과제가 우리정부의 구상대로 달성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경추위 무산이 남북관계 경색 등 ‘장기 한파’로 이어질 것으로는 보지 않고있다.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은 이날 독일의회 대표단과 만난자리에서 “특사 방북 때 합의한 것이 있는 만큼이번에 경추위 북측 대표단이 오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남북관계를 낙관한다.”고 말했다.

김영수 교수도 “북한이 ‘들숨날숨’을 고루 쉬기 위해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2∼3주 안에 경추위가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폈다.

그러나 북한이 노골적으로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장관의 교체까지 요구하고 나선 만큼 우리 정부가 상응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북한이 ‘주적론’에 이어 최 장관의 발언을 계속 문제삼으며 남북관계를 소강 국면으로 끌고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영우기자 anselmus@

■외교부 입장

“북측이 저렇게 나오는 데는 뭔가 다른 내부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외교부는 북한이 6일 남북경제협력추진위(경추위) 제2차회의를 거부하면서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18일 미국 방문때 워싱턴포스트지 간부들과 만나 한 발언을 빌미로 삼자 당혹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그러면서 “발언의 취지에 대해 충분히 해명한 만큼 의연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지난달 28일 북한이 조평통 성명과 금강산에서열린 제4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때 공개적으로 이를 거론한것으로 전해지자 북측이 남북대화 중단 등의 구실로 삼지않을까 노심초사했으나 지난 3일 제4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무사히 끝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었다.

최 장관은 이날 북측의 성명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발언의 진의에 대해 이미 국내 언론을 통해 충분히 설명된 것으로 이해된다.”면서 “곧 재개될 북·미대화와 더불어 남북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며 직접 진화에 나섰다.

미 워싱턴포스트지 간부들과 최 장관의 면담 자리에 배석했던 김성환(金星煥) 북미국장도 “발언의 큰 맥락은 북한이 대화에 나오도록 하는 데 미국이 좀더 유연한 입장을 갖고 대북정책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거듭 해명했다.

특히 “최 장관이 ‘큰 채찍을 들고 있더라도 부드럽게 말하라.’라는 루스벨트 미 대통령의 말을 인용한 것을 프레드 하이어트 논설실장이 ‘채찍’만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외교부 일각에서는 “진의가 왜곡된 것도 사실이지만,설사 그런 뜻으로 말했더라도 외교장관이 못할 말을 한것도 아니지 않으냐.”면서 “‘남측 장관의 자리’가 북측의 상투적인 트집잡기에 이용되는 남북관계의 현실이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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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기자 crystal@
2002-05-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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