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시정권고’ 민원인들만 골탕

‘힘없는 시정권고’ 민원인들만 골탕

입력 2002-05-02 00:00
수정 2002-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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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고충처리위원회(위원장 李沅衡)의 ‘힘없는 시정권고’에 민원인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특히 일부 지방자치단체의민선기관장들이 영향력 있는 지역인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다른 주민들의 고충민원에 소극적으로 대처,소송을 통해야만민원을 해결해주는 경우가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민원인들은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허비하는 등 커다란 고통을 받고 있다.해당 기관은 피해보상액에 대한 소송기간의 이자와 민원인의 소송비용까지 물어줌으로써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충위의 시정권고는 현장조사 등을 통해 민원인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기 때문에 대부분 소송에서 이기고 있다.

[시정권고 묵살사례] D산업은 지난 99년 11월 경기도 용인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양지면 추계리에 도축장을 설립할계획이었다.용인시는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도로점용 허가를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도로공사는 지역주민이 혐오시설이라며 반대한다는 등의 이유로 도로점용 허가를 내주지 않아 용인시는 지난해 3월 건축허가를 취소했다.그러나 도축장이 들어설 주변은 임야다.

D산업측은 고충위에 민원을 제기,지난해 7월 용인시의 건축허가 취소와 도로공사의 도로점용 허가취소 처분은 부당하다는 시정권고를 받아냈다.D산업은 행정소송에서도 지난 2월 1심 승소 판결까지 받았다.그러나 용인시를 대행한 수원지검의 항소 제기로 1일 현재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2년째 공사 착수도 못하고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이다.

D산업 관계자는 “고충위 시정권고가 정당하다는 것은 법원도 인정하고 있다.”면서 “고충위의 시정권고에 힘이 실려야 우리 같은 피해자가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모(전남 목포시 대양동)씨 등 21명은 지난 2000년 목포시가 도로에 편입된 농지에 대한 영농보상을 해주지 않자 고충위에 민원을 제기했다.고충위는 현장조사 등을 거친 결과,민원인의 요구가 정당하다며 지난해 3월 목포시에 시정권고를했다.목포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이들은 행정소송을 제기,올 3월 승소해 피해보상을 받게 됐다.

조모(서울 종로구평창동)씨 등 2명은 종로구청장이 도로를 확장하면서 부당하게 토지보상금을 책정했다며 고충위에 민원을 냈다.세금을 부과할 때는 상업용지로,도로확장공사 때는 주택용지로 지정해 보상금을 적게 지급했다는 것이다.고충위는 지난 2월에 종로구청에 시정권고를 했고,지난 3월 감사원 감사 결과도 고충위 판단이 옳다고 했지만 종로구청이이행하지 않아 민원인들은 어쩔 수 없이 서울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신청을 냈다.

[대책은 없나] 대다수 선진국들도 3권분립의 원칙을 들어 옴부즈맨에 권고권만 주고 있다.대신 시정권고를 적극 수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우리 고충위도 법적인 강제력 확보에 앞서 간부들이 직접지자체 설득에 나서고 있다.올해 시정권고를 이행하지 않은14개 기관을 방문,122건의 민원수용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원형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고건(高建) 서울시장을 만나“고충위의 시정권고에 관심을 갖고 적극 수용해달라.”고부탁했다.

고충위에 따르면 지난 94년 위원회 창설 이후 지난해 말까지 시정권고한사건은 모두 3241건이며,이 가운데 86.9%(2814건)는 조치 완료됐으나 나머지 13.1%(427건)는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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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중기자 jeunesse@
2002-05-0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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