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정치 윤락

[씨줄날줄] 정치 윤락

김경홍 기자 기자
입력 2002-03-21 00:00
수정 2002-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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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정치판에서는 군사용어들이 난무했다.그런데 최근에는 ‘참혹한 말로’니 ‘정치윤락’이니 하는 무시무시하고 야릇한 용어들도 등장하고 있다.사회현상이 반영된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나 듣기에 그리 좋지는 않다.

이원종 충북도지사가 19일 자민련을 탈당해 한나라당에입당했다.이 사건(?)을 둘러싼 말잔치를 한번 보자.자민련의 정진석 대변인은 “이 지사의 철새 행각과 그를 협박해 ‘정치윤락’을 조장한 한나라당의 패륜적 공작정치의 참혹한 말로를 머잖아 보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반면 한나라당의 한창희 부대변인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산뜻한 결단”이라고 평가했다.‘적의 적은 내편’ ‘영원한적은 없다’는 논리도 어김없이 통했다.자민련과 공조가깨지자 꿔주기 차원의 ‘연어 의원들’을 철수시켰던 민주당이 자민련의 편을 들고 나섰다.장전형 부대변인은 “충절의 고장 충청도를 변절의 고장으로 전락시킨 기회주의적 행태”라고 거들었다.한 사건에 대한 평가의 폭이 이렇게도 클 수가 있을까.

당사자인 이 지사는 “대다수 도민의 여망에 따라 한나라당 입당을 결심했다.”고 결행(?)의 동기를 설명했다.필자나 독자들은 일일이 충북도민들의 여망을 들어보지 않아서 무어라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그러나 적어도 신문이나방송을 접하는 정도라면 지난 1998년 한나라당에서 자민련으로 소속을 바꿔 충북지사에 당선된 이 지사가 이제 온길을 되짚어 간 이유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판단은 유보하더라도 이 지사의 탈당 과정에서 나타난 말잔치나 행동들이 정치판의 수준이 아닐까 하는 걱정은 남는다.이 과정에서 자민련 소속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버스를 타고 한나라당에 몰려가 진입을 시도하며 규탄대회까지 벌였다.한나라당은 경찰까지 동원해 이들을 막았다.몸싸움에 이어 말싸움에서는 ‘정치 윤락’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웃기에는 좀 씁쓸하고,씁쓸하다고 생각하기에는 좀 섬뜩한 일이 아닌가.

결론을 얘기하자면 정당들은 최근 국민들이 희구하고 있는 정치 개혁을 주도하지는 못할 망정 앞장서서 짓밟지 말라는 것이다.개인의 정치적 성향이나 정책적 소신에 따라정당을 옮길수도 있다.유권자들의 여망을 따르든,설득하든 그것은 나중에 표로써 심판받으면 된다.하지만 소신도철학도 없이 떠돌아 다니며 정치를 마치 ‘조폭들의 결전장’처럼 몰아가지는 말았으면 한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
2002-03-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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