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은총재에 거는 기대와 우려

[사설] 한은총재에 거는 기대와 우려

입력 2002-03-21 00:00
수정 2002-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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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한국은행 총재로 박승(朴昇)씨가 내정돼 한국은행의역할이 보다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첫째,총재 내정자가 “한은이 우리 경제를 선진화하는 데 적극적인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밝혀 한은의 경제 ‘훈수’가 늘 것으로 보인다.둘째,총재 내정자가 정부 경제팀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점에서 정부와의 정책 조율이 원활해질전망이다.

사실 그동안 경기부양 시점과 부양수단의 선택을 놓고 성장을 우선한 정부와 물가안정을 강조한 한은간의 이견이적지 않았다.정부는 경기 부양을 강력하게 주도했지만 한은은 금리인하에 신중하게 대처했으며 물가상승을 더 걱정했다.이에 따라 한은이 경기부양에 ‘소극적’이라고 정부는 비판해 왔다.한은은 정부의 정책이 성장과 경기부양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입장이다.

새 총재가 부임할 경우 정부와 한은간의 갈등에 따른 부정적인 문제는 거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반면 우리는 새 한은 총재 내정자가 경계해야 할 것은 역설적으로 정부와 초록동색(草綠同色)처럼 보이는 바로 자신의 정책 성향과 경제팀과의 친밀한 교분에 있다고 본다.박 총재 내정자는 경제성장,물가안정과 국제수지 등 정책 목표간 조화를 중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의 기본적인 성향은 성장우선론자로 알려져 있다.그가 쓴 신문 칼럼 등을 봐도 정부 정책방향과 별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자칫 한은이 정부의 경기부양을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뒷받침해줄 경우 견제기능 약화로 정책의 편향성이 강화될까 우려된다.

더욱이 현재의 경제상황은 미묘한 시점이다.경기 과열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지만 빠른 경기 회복세,뛰는 부동산값과 줄줄이 예고된 교통요금 인상을 감안하면 물가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그런데도 박 총재 내정자는 “현재 경기과열 여부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혀 한은이 물가상승을 어느 정도 방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갖게 한다.한은은 먼저 물가안정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새 총재 내정자가 주장한 대로 한은이 다양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우리도 바란다.다만 한은이 그런 수단을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실제 한은 관계자들은 한은이 금리외에별다른 정책 수단이 없다고 토로한다.이런 한계를극복하고 한은이 제대로 역할을 다하려면 한은총재가 경제상황을 꿰뚫고 경제의 변화 조짐을 앞서 예고하고 경계하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이를 위해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처럼 신중하게 선택한 말을 통해 금융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얻어야 할 것이다.

2002-03-2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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