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에겐 나무 옹이같은 괴짜기질이 있다.물론 평범한 사람들의 잣대로 잴 때 그렇다는 얘기다.평범한 관객의 눈에 테넌바움가(家)는 그래서 매끄러운 데라곤 없는 이상(異狀)형이다.천재 하나가 끼어있어도 ‘별 일’이 심심찮게 일어날판에 이 집안은 온가족이 통째로 천재다.
‘로얄 테넌바움’(The Royal Tenenbaums·29일 개봉)은 어느 뉴요커 집안의 울타리안을 꼼꼼히 뜯어본 가족영화다.그런데 훈훈한 감성과는 거리가 좀 멀다.굳이 분위기를 귀띔하자면 ‘아이스 스톰’이나 ‘아메리칸 뷰티’류보다는 ‘아담스 패밀리’쪽에 가까운,다분히 기괴한 캐릭터들이 꾸려가는 가족드라마다.
테넌바움가의 3남매는 어려서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다.
아버지 로얄 테넌바움(진 해크먼)과 별거한 뒤 악착같이 교육에 매달린 어머니 에슬린(안젤리카 휴스턴)덕분일 수도 있겠다.2세때 입양된 장녀 마고(기네스 팰트로)는 15세에 퓰리처상을 따낸 천재 극작가.둘째 채스(벤 스틸러)는 부동산 투자와 국제 금융의 귀재.세째 리치(루크 윌슨)는 10대에 세계 테니스 챔피언에 등극한 천재 스포츠맨.
문제는 30대가 된 이들의 ‘현재’가 하나같이 권태로 가득차 있다는 거다.아내를 잃고 어린 아들 둘을 혼자 키우던 채스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영화는 반전을 맞는다.애정없는 결혼생활을 하던 마고,짝사랑하던 누나(마고)가 결혼하자 배를 타고 떠돌아다니던 채스까지 돌아올 즈음 어머니는 흑인 회계사(대니 글로버)로부터 청혼을 받는다.20여년전부터 별거하며 집밖을 돌던 아버지도 그제야 귀소본능이 생기는지 얼마 못산다는 거짓말까지 해가며 어머니와의 재결합을 원한다.
영화는 애초부터 불안정한 가정을 전제로 잡았다.그리고는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캐릭터와 사건들을 소설책 단락을 나누듯 구획지어 보여준다.이렇다할 이야기 기둥이 있는 것도아닌데 ‘따로국밥’인 사건들이 매끈히 고리를 거는 전개력이 신통하다.
그러나 집약력은 떨어진다.영화에는 특별한 갈등이나 방점을 찍을만한 에피소드가 없다.괴팍하고 낯선 캐릭터들이 새로움을 주는 듯하지만,결국 그들도 가족의 미덕을 되돌아보는 재미있는 눈요기 장치에머물렀다는 느낌이다.
후반들어 제멋대로인 가족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건 뜻밖에도 아버지다.이 역시 고민없이 밋밋한 설정이 아닐까.진해크먼은 이 역할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황수정기자 sjh@
‘로얄 테넌바움’(The Royal Tenenbaums·29일 개봉)은 어느 뉴요커 집안의 울타리안을 꼼꼼히 뜯어본 가족영화다.그런데 훈훈한 감성과는 거리가 좀 멀다.굳이 분위기를 귀띔하자면 ‘아이스 스톰’이나 ‘아메리칸 뷰티’류보다는 ‘아담스 패밀리’쪽에 가까운,다분히 기괴한 캐릭터들이 꾸려가는 가족드라마다.
테넌바움가의 3남매는 어려서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다.
아버지 로얄 테넌바움(진 해크먼)과 별거한 뒤 악착같이 교육에 매달린 어머니 에슬린(안젤리카 휴스턴)덕분일 수도 있겠다.2세때 입양된 장녀 마고(기네스 팰트로)는 15세에 퓰리처상을 따낸 천재 극작가.둘째 채스(벤 스틸러)는 부동산 투자와 국제 금융의 귀재.세째 리치(루크 윌슨)는 10대에 세계 테니스 챔피언에 등극한 천재 스포츠맨.
문제는 30대가 된 이들의 ‘현재’가 하나같이 권태로 가득차 있다는 거다.아내를 잃고 어린 아들 둘을 혼자 키우던 채스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영화는 반전을 맞는다.애정없는 결혼생활을 하던 마고,짝사랑하던 누나(마고)가 결혼하자 배를 타고 떠돌아다니던 채스까지 돌아올 즈음 어머니는 흑인 회계사(대니 글로버)로부터 청혼을 받는다.20여년전부터 별거하며 집밖을 돌던 아버지도 그제야 귀소본능이 생기는지 얼마 못산다는 거짓말까지 해가며 어머니와의 재결합을 원한다.
영화는 애초부터 불안정한 가정을 전제로 잡았다.그리고는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캐릭터와 사건들을 소설책 단락을 나누듯 구획지어 보여준다.이렇다할 이야기 기둥이 있는 것도아닌데 ‘따로국밥’인 사건들이 매끈히 고리를 거는 전개력이 신통하다.
그러나 집약력은 떨어진다.영화에는 특별한 갈등이나 방점을 찍을만한 에피소드가 없다.괴팍하고 낯선 캐릭터들이 새로움을 주는 듯하지만,결국 그들도 가족의 미덕을 되돌아보는 재미있는 눈요기 장치에머물렀다는 느낌이다.
후반들어 제멋대로인 가족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건 뜻밖에도 아버지다.이 역시 고민없이 밋밋한 설정이 아닐까.진해크먼은 이 역할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황수정기자 sjh@
2002-03-15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