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학교에 간다.새해 첫날부터 딸 아이가 들은 수많은 덕담들은 한결같이 학교 들어가면 공부 열심히 하라는 것이었다.그래도 실감나지 않더니 취학통지서를 들고 초등학교예비소집에 다녀오니 이제야 슬슬 내가 학부모가 된다는 것이 실감나기 시작한다.
병원에 가서 홍역 예방 접종 확인서를 떼고,공부방을 꾸며주고,입학식에 입고 갈 옷을 한 벌 사고,책가방에 신발주머니에 학용품을 사고,이만하면 모든 준비가 끝난 것만 같은데 맘이 무겁다.학부모가 된다는 것이 왜 이렇게 겁나고 두려운 것일까.
3월 4일이 딸의 초등학교 입학식이다.‘학교에 가면 선생님들이 공부 못한다고 혼내?’하면서 걱정하던 딸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입학식에 가고 싶은데 어려울 것 같다.우리 학교도 그 날 입학식이 있기 때문이다.부모가 불참한 딸의 입학식.
생각만으로도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하지만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3월 한달은 학교 적응기간으로 일찍 귀가시킨다.방과후에돌봐줄 사람을 구하든지 아니면 학원을 알아봐야 한다.새로운 곳에적응한다고 힘들텐데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떠돌이처럼 여기저기 쉴 새없이 다녀야 하는 처지가 안쓰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초등학교는 부모가 해야할 것이 아주 많다.이미 초등학생 숙제는 엄마 숙제라고 할 정도로 분에 넘치며 아이가 학교 임원이나 되면 부모는 끊임없이 학교에 불려 간다.오죽하면 선배 교사는 뒷바라지할 능력이 안 되면 임원은 절대 시키지 말라고 당부했을까.
예비소집이 있던 날 교실이 너무 비좁아서 정원을 물어보니 40명이 넘는다고 했다.‘교사 혼자 그 많은 학생들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그 열악한 환경속에서 적응이 안되어 친구들의 놀림을 받고 교사도 모르게방치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걸까.첫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새내기 학부모들의 마음은 다 이럴 것이다.그러나 이렇게 걱정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나도 이제 학부모다.교육의 주체다.내 딸이 다니는 학교가건강한 교육의 장인가를 감시,관리할 의무와 책임을 가진 학부모인 것이다.우리가 내 자식의 이익만을 따질 때 치맛바람의 장본인으로 전락하겠지만,크고 바른 교육을 생각할 때 당당한 교육의 주체가 될 것이다.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은 학부모들의 손에 달렸다.
아이가 자라서 학교에 간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 되어야한다.취학은 ‘행복 끝 불행 시작’도 아니고,낙오하면 안되는 치열한 경쟁의 출발선도 아니다.학교는 배움이 있어서아름다운 곳이며 친구들이 있어서 행복한 곳이어야 한다.안그런가?▲장미정 구미 형남중 교사
병원에 가서 홍역 예방 접종 확인서를 떼고,공부방을 꾸며주고,입학식에 입고 갈 옷을 한 벌 사고,책가방에 신발주머니에 학용품을 사고,이만하면 모든 준비가 끝난 것만 같은데 맘이 무겁다.학부모가 된다는 것이 왜 이렇게 겁나고 두려운 것일까.
3월 4일이 딸의 초등학교 입학식이다.‘학교에 가면 선생님들이 공부 못한다고 혼내?’하면서 걱정하던 딸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입학식에 가고 싶은데 어려울 것 같다.우리 학교도 그 날 입학식이 있기 때문이다.부모가 불참한 딸의 입학식.
생각만으로도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하지만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3월 한달은 학교 적응기간으로 일찍 귀가시킨다.방과후에돌봐줄 사람을 구하든지 아니면 학원을 알아봐야 한다.새로운 곳에적응한다고 힘들텐데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떠돌이처럼 여기저기 쉴 새없이 다녀야 하는 처지가 안쓰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초등학교는 부모가 해야할 것이 아주 많다.이미 초등학생 숙제는 엄마 숙제라고 할 정도로 분에 넘치며 아이가 학교 임원이나 되면 부모는 끊임없이 학교에 불려 간다.오죽하면 선배 교사는 뒷바라지할 능력이 안 되면 임원은 절대 시키지 말라고 당부했을까.
예비소집이 있던 날 교실이 너무 비좁아서 정원을 물어보니 40명이 넘는다고 했다.‘교사 혼자 그 많은 학생들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그 열악한 환경속에서 적응이 안되어 친구들의 놀림을 받고 교사도 모르게방치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걸까.첫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새내기 학부모들의 마음은 다 이럴 것이다.그러나 이렇게 걱정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나도 이제 학부모다.교육의 주체다.내 딸이 다니는 학교가건강한 교육의 장인가를 감시,관리할 의무와 책임을 가진 학부모인 것이다.우리가 내 자식의 이익만을 따질 때 치맛바람의 장본인으로 전락하겠지만,크고 바른 교육을 생각할 때 당당한 교육의 주체가 될 것이다.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은 학부모들의 손에 달렸다.
아이가 자라서 학교에 간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 되어야한다.취학은 ‘행복 끝 불행 시작’도 아니고,낙오하면 안되는 치열한 경쟁의 출발선도 아니다.학교는 배움이 있어서아름다운 곳이며 친구들이 있어서 행복한 곳이어야 한다.안그런가?▲장미정 구미 형남중 교사
2002-02-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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