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하더라’ 민심

[씨줄날줄] ‘하더라’ 민심

김재성 기자 기자
입력 2002-02-15 00:00
수정 2002-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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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당이 전하는 이른바 ‘설 민심’이란 걸 들어보면재미있다.“각종 부패 게이트로 국민의 정부에 대한 기대가실망으로 바뀌었더라.”고 실토하면서도 “지금은 지지도가낮지만 국민경선제를 성공적으로 이끌면 올라갈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희망 섞인 분석이나 “정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자유당 정권 말기와 흡사하더라.” 정도는 이해해 줄 만하다.

“청와대 수석들이 검찰에 잡혀가는 것 자체가 세상이 투명해지고 있다는 증거이며 자기들 집권시절은 돌이켜보지도 않은 야당의 비난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하더라.”라든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은 아들까지 구속했는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아들들을 변호하는 데 급급하더라.”에 이르면 말이란 끌어다 붙이기에 따라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으로 촉발된 안보 문제에 이르면 더 가관이다.민주당은 “야당이 4년 내내 발목을 잡다가 미국이 강하게 나오니까 ‘그것 봐라.’하며 비난하는 것은 안된다는 여론이 많더라.미국을 방문해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을 반대한 이회창(李會昌) 총재에 대한 비난 여론이 많더라.”고 전한 반면 한나라당은 “‘미국을 괄시해서 우리가 견뎌내겠느냐.’며 정부의 대미외교 실패를원망하더라.”는 민심을 전했다.

자민련의 민심은 또 다르다.“김종필 총재의 내각제 행보에대해 관심과 애정이 고조되고 있더라.”는 것이다.정치인의귀가 녹음기보다 성능이 떨어진 것인지 더 편리한 것인지 헷갈리는 대목이다.“먹고 살기 힘들어 정치얘기 하는 사람 거의 없더라.”는 박병석(朴炳錫) 의원의 말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이 전하는 민심에 굳이 첨삭 여부를 의심할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민심 자체가 오래 전부터 ‘괴(怪)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라 그같은 상이한 조건반사가나오리라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번에도 정치인들이 그 고약한 바이러스를 열심히 퍼트리지는 않았는지 그 점이 걱정스럽다.

이를테면 “이번에 만약 정권이 저쪽으로 넘어가면 우리 다음 세대는 두고두고 피눈물 나는설움을 받을 것이다.”라든가 “지난번 정신 못차려 제 발등 찍었으니 이번에는 정신차려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뭉치지 않으면 여기서도 저기서도 대접받지 못한다.”는 등이 그것이다.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2002-02-1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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