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개혁, 만약 여성이 추진한다면

[데스크칼럼] 개혁, 만약 여성이 추진한다면

이목희 기자 기자
입력 2002-01-23 00:00
수정 2002-01-23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개인적 얘기로 시작해서 뭣하지만,본인이 속한 팀에는 여기자가 많은 편이다.힘든 일을 시킬 때는 눈치가 보이기도한다.물론 장점도 상당하다.

전날의 과한 술로 다음날 아침 연락이 안 되는 일이 없다.

기사도 의욕적으로 쓴다.무엇보다 팀 분위기를 밝게 한다.

다소간의 ‘공주병,왕비병’을 참아내야 하지만….

누가 여기자는 남자 같다고 했는가.적어도 우리 팀 여기자들은 다르다.하나같이 ‘미모의 재원’들이다.

근래 팀이 커버하는 부처에 여성부가 추가됐다.자연스레남녀평등,여성의 역할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많아졌다.여성들의 생각을 담은 다양한 기사도 접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의 느낌을 솔직히 얘기할 테니 남성분들은 양해해 주시라.“이 땅의 지친 남자들이 하루 한시간씩 더일하거나,새 구상을 열심히 짜낸다고 세상이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점진적 발전에는 ‘조금더 노력’이라는 말이 유용하다.

그러나 ‘도약’(take-off)이나 ‘패러다임(paradigm)의변화’에는 상식을 넘어서는 방식이 필요하다.

아직 확신은 안서지만,‘혹시 여성이 전면에 나서면 세상이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든다.최근의 정치·사회 현상에 대해 모두가 불만이다.일부 정치인이나관료들의 도덕 불감증 때문에 사회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따지고 보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문제는 지금도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2000년 총선에선 젊은이들에게 기대를 걸어봤다.‘386세대’로 약칭되는 이들이었다.결과는 ‘역시 실망’이었다.

올해는 지방선거,대통령선거,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등그야말로 ‘선거의 해’다.여야 정당은 여성표를 의식한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 50%할당,기초단체장 및 국회의원 후보 30% 할당,고위공직 승진목표제….

여성계로서는 정·관가에서 목소리를 높일 찬스를 맞은 셈이다.그러나 숫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여의도의사당에,3급 이상 고위직에 여성비율이 90%가 되더라도‘남자보다 더 부패했네,일도 더 못하네’라는 소리가 나오면 역사발전에서 볼 때 집에서 살림하는 게 더 낫다.

정부는 물론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여성지도자들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양(量)’만을 외치다가 늘어난여성 고위공직자들이 일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를 염두에 둬야 한다.정당 주변을 맴돌면서 남성 정치인의 나쁜 점을 따라가는 여성보다는 참신한 발상으로 정계와 관계를 바꿀 인사를 찾아내는데 앞장서야 한다.

29일로 출범 1주년을 맞는 여성부의 변신도 그려본다.성희롱방지 등 남녀대결적 정책보다는 사회 각계에서 ‘여성리더’가 발굴되도록 바탕을 까는 정책에 힘써야 한다.남북관계,경제가 어려운 지금,여성정책은 현 정권이 내세울분야로 아직 꼽을 수 있다.

공공분야에서 여성의 영역이 클수록 부패가 줄어든다는 지난해 세계은행의 조사결과는 희망을 준다.‘여성이 어떤분야를 이끄니까 이렇게 확 바뀌더라’는 얘기가 곳곳에서 나오도록 발상의 전환,정책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여성이 세상을 맑게 한다’를 올 한 해 범(汎)여성계 캐치프레이즈로 삼아봄이 어떨지….

이목희 행정팀장
2002-01-23 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