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모피아(MOFIA)

[씨줄날줄] 모피아(MOFIA)

곽태헌 기자 기자
입력 2002-01-21 00:00
수정 2002-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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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조직 중 단결이 잘되는 대표적인 곳은 옛 재무부로알려져 있다.그래서 재무부의 영문 약자(MOF)와 마피아(MAFIA)를 합친 모피아(MOFIA)라는 조어가 오래 전부터 관가및 금융계에는 나돌게 됐다.과거에 재무부 출신은 공무원을 그만둬도 산하기관과 금융기관 등 영향력을 발휘할 수있는 곳의 고위직으로 취업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보통 임기를 두번 채울 수 있어 공직 퇴임후 적어도 6년의 임기는 ‘보장’됐다.

재무부가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이재국(理財局) 때문이다.지금도 관치금융과 각종 규제는 남아 있지만,1980년대만 해도 매우 심했다.이재국은 은행·보험·증권·투자신탁 등 모든 금융권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당시에는 이재국 사무관이 은행장에게 전화하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이재국장을 지낸 전직 재무부 고위관리는 이런 말까지 했다고 한다.“재무부 출신은 다른 부처보다 한 계급이 높다.이재국은 한 계급이 더 높다.” 특히 1980년대까지 재무부에는 경제기획원(EPB)과 함께우수한 인재들이 몰렸다.장관과 국회의원의 아들 등 집안배경이 좋은 관료도 한둘이 아니었다.특히 이재국이 그랬다.특정고 출신이 이재국에 많다 보니 특정고 출신 중에서도 서울대 법대 출신은 가장 좋은 성골(聖骨)로,서울대 상대 출신은 그 다음인 진골(眞骨)로 통했다고 한다.현재의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과 금융감독위원회의 뿌리는 이재국이다.옛 이재국의 파워와 전통은 둘로 나뉘어져 이어지고있는 셈이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먹을 것이 있다.’고 했던가.관치금융에서 시장자율로 가면서 정부의 영향력도 떨어지고 있지만,그래도 아직 금융권에 대한 재경부와 금감위의 파워를 무시할 수는 없다.요즘에도 금융기관 고위직 인사 때재경부와 금감위 출신의 낙하산이 내려오는 것은 하나의예에 불과하다.정부는 금융기관장의 경우 단임원칙을 지키겠다고 공언했지만,비씨카드 사장은 예외였다.임기가 끝나는 코스닥증권시장 사장은 다른 곳의 기관장으로 옮겼다.

최근의 일로,두 기관장 모두 옛 재무부 출신이다.

물론 낙하산이라고 모두 문제로 볼 수는 없다.전문성을갖춘 외부인사라면 내부출신보다나을 수도 있지만,대체적으로 낙하산을 바라보는 해당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눈은곱지 않은 것 같다.재경부와 금감위의 낙하산 독식에 대해 다른 부처의 불만도 터져나온다.정권은 바뀌고 세월은 흘러도 모피아는 영원한 것인가.굳세어라 모피아.

[곽태헌 논설위원 tiger@
2002-01-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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