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대탐구] (2-2)실패경험을 팝니다

[실패 대탐구] (2-2)실패경험을 팝니다

김균미 기자 기자
입력 2002-01-17 00:00
수정 2002-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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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실패학의 개척자들 (2)실패경험을 팝니다.

■美닷컴 실패 DB화 데이비드 커시.

[칼리지파크(미국 메릴랜드주) 김균미특파원] 미국에서는지금 닷컴기업들의 실패 원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메릴랜드 대학 경영학과의 데이비드 커시(37) 교수도 이들 중 한명이다.하지만 커시 교수는 기존의 사회과학적 접근과는 달리 닷컴 붕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들을 채취해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그의 연구는 기업들의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그 이유는 연구결과를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도록 DB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수 학술·사회복지재단인 앨프리드 P 슬로언재단의 지원으로 3년간 진행될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닷컴 실패사례 데이터베이스’는 메릴랜드대학에 구축돼 향후 닷컴산업의 붐과 붕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왜 닷컴기업들의 실패를 연구하게 됐는가.

현재 닷컴 산업의 붕괴 원인과 붕괴 징후들에 대한 연구들이 한창이다.3년의 붐과 붕괴를 경험한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한다.최고경영자로부터 중간 간부,하위직 직원에 이르는 모든 관계자들의 경험을 수집할 것이다.지금 이런 생생한 경험의 목소리를 확보하지 않으면 영영 잃어버릴 수 있다.그렇게 되면 이 시기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어려워진다.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나.

1차로 웹사이트와 게시판,이메일,직접 면담,설문조사 방법등을 활용해 되도록 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끌어모을 계획이다.니콜라스 홀이 운영하는 스타트업페일류어스닷컴(startupfailures.com)을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이밖에 회사 로고가찍힌 커피잔이나 회사 이메일 파일,기업공개 일정 등이 적힌 회사 다이어리 등 관련된 자료는 모두 수집할 것이다.그 다음 단계는 수집한 자료들을 추려 디지털 자료실을 구축하는것이다.마지막 단계는 자료에 대한 분석이다.

●연구 목표는.

단기적으로는 도산한 닷컴기업들의 옛 근로자들이 만날 수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다.이를 계기로 비공식적인 관계가 계속 유지돼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장기적목표는 이들이 자신의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도록 도와주는 것이다.또 기업을 실패로 이끈 패턴을 찾아내는 것도 연구 목표이다.

●왜 실패 사례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관심을 갖는가.

후세들에게 우리 시대를 이해하도록 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버블경제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분명히 기록해두고싶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 예상되는 어려움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자신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피해의식을 갖지 않도록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이들 중에는 업무상 취득한 정보에 대한 비밀유지 계약을 어겼다며 옛 기업주가 소송을 걸어오지는 않을까 걱정하는경우도 있다.이 문제는 변호사들과 접촉해 명예훼손 여부를검토 중이며 필요하다면 변호사의 도움도 제공할 생각이다.

●실패원인의 패턴을 유형화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닷컴기업들이 망한 공통된 원인은 자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하지만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요인들은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예를 들어 기업공개가 회사에유리했는지 불리했는지,대기업 출신의 경험있는 CEO를 영입한 것이 성공했는지 등등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가능한 변수들을 대입해 실패로 이끈 패턴을 찾아보려고 한다.

kmkim@

■실패학 사전 ●‘예고 없이 찾아오는 실패는 없다.'(하인리히 법칙) 노동재해의 발생 확률로 볼 때 1건의 중대한 재해 뒤에는 29건의 가벼운 재해가 있으며,그 29건의 가벼운 재해 뒤에는 300건의 재해를 예고하는 증후가 있다는 법칙. 일본에서 실패학을 학문으로 정립한 하타무라 요타로(畑村洋太郞) 공학원대학교수는 이 법칙을 원용,모든 대형사고나 실패는 사소한 실패가 모여서 이뤄지며,실패를 막기 위해서는 사소한 실패부터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성공한 ‘실패학 책’.

실패를 체계적으로 연구해 그 예방법을 제시하는 ‘실패학’은 아직 국내에는 생소한 학문이다.서구와 일본에서 발간된 관련 서적들이 지난해부터 한두권씩 소개되는 정도이다.

그러나 실패학의 권위자인 하타무라 요타로(畑村洋太郞) 일본 공학원대학 교수의 ‘실패를 감추는 사람,실패를 살리는사람’(세종서적)이 번역출판 되면서 국내에서도 기업들을중심으로 실패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용·실증주의가 자리잡은 미국 등에서는 오래 전부터 실패학이 뿌리내렸다.그러나 명분과 대의를 강조하는 유교문화가 지배적인 한국이나 동양에서는 실패를 숨기려는 정서가강했다.일본 과학기술청이 지난 99년 방사능 유출사고를 계기로 ‘실패학 구축’을 강조하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우리 사회에서도 삼성 등 일부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실패를 감추는 사람,실패를 살리는 사람(원제 ‘실패학의권유’)=일본에서 ‘실패학 신드롬’을 일으킨 하타무라 교수는 이 책에서 실패학을 “실패의 속성을 명확히 알고,실패를 머릿속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극복하고,실패를 새로운 성공의 토대로 삼자는 취지로 제안된 학문”이라고 정의한다.그러나 개인이나 조직의 노력만으로는 실패를 긍정적 힘으로 바꾸기가 힘들기 때문에 시스템 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이를 위해 실패정보의 수집·발신·전달·체험·컨설팅 등의 역할을 하는 ‘실패 박물관’을 구상하고 있다.지난해 7월 출간된 이후 교보서적에서 하루 30여부씩 판매되면서한때 경제·경영서 부문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실패에서 성공을 배웁시다=주치호 한국실패학연구소장의저서.모두 5권으로 실패학 총서를 계획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4권이 나왔다.지난해 12월 펴낸 ‘한국 실패학,일본 실패학’은 하타무라 교수의 실패학을 정면 비판해 눈길을 끈다.실패학의 본질은 창조인데 일본의 실패학은 모방이고 안전수칙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저자는 빌 게이츠의 예를 들며미국 실패학이 모델이라고 주장한다.

●위험사회=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현대를 ‘실패 혹은위험이 늘 도사리는 사회’로 파악하고 그 대안 마련을 위해 인식론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그는 ‘풍요사회’를 향한 근대화 과정의 본질을 ‘위험사회’라고 규정하고,그대안으로 ‘성찰적 근대성’을 회복해 산업사회를 해체하고새로운 사회를 구성하자고 주장한다.

●실패에서 성공으로=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세일즈맨의 한사람인 프랭크 베트거의 체험담과 판매 철학 모음집.초등학교중퇴 학력으로 신문배달원,난방장치 수리공 보조원,프로야구 선수 등을 거쳐 성공한 과정을 담았다.지은이는 어설픈 실수담과 실패담을 비롯,부상이라는 절망의 늪에서 어떻게 자신을 끌어올렸는지를 들려준다.

이종수기자 vielee@@
2002-01-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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