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일 이라도…”대학생 ‘알바 전쟁’

“궂은 일 이라도…”대학생 ‘알바 전쟁’

이창구 기자 기자
입력 2002-01-10 00:00
수정 2002-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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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학생들이 겨울방학을 맞아 유례없는 ‘아르바이트 전쟁’을 치르고 있다.재학생은 물론 취업 재수생까지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어 일자리 하나를 놓고 수십명이 경쟁한다.

개인과외나 학원강사,사무보조 등 전통적인 일자리는 구하기 어렵고 애견관리,모닝콜 서비스,경마장 말똥치우기등 신종 일자리도 경쟁이 치열하다.스키장 보조요원같은인기 직종은 경쟁률이 수백대1에 이른다.

인터넷 아르바이트 소개 업체인 ‘알바누리’(www.albanuri.co.kr)에는 겨울방학 들어 하루 평균 18만명이 접속하고 있다.접속 건수가 방학 전보다 10만건이나 늘었다.

알바누리 전봉곡 웹사업팀장은 “구인소식 하나를 올려놓으면 아무리 궂은 일이라도 10분 만에 50여명이 달려든다”면서 “아르바이트는 이제 용돈을 버는 차원을 넘어생존경쟁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10여명의 스키장 보조요원을 뽑은 전북 무주리조트에는 무려 4,000여명이 응시했다.2년째 스키장에서 안전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형동(26)씨는 “한 번 일자리를 잡으면 겨우내 아르바이트 걱정없이 마음껏 스키를 즐길 수있어 대학생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취업 재수생 박태석(28)씨는 지난달 3일부터 애견관리 업체에서 하루 9시간씩 일을 한다.고객이 맡긴 개를 목욕시키는 것이 주업무이지만 때로는 교배를 담당하거나 출장미용을 나가기도 한다.박씨는 “20대1의 경쟁을 뚫고 어렵게 잡은 일”이라면서 “개를 돌보는 일이 적성에 맞고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금융보험학을 전공하는 류지현(26)씨는 주말이면 과천 경마장에 출근해 경주 3시간 전부터 출발선에서 대기하는 말들의 배설물을 치운다.류씨는 “냄새가 몸에 배 친구들에게 놀림도 받지만 몇 달을 기다려 힘들게 얻은 자리”라면서 “일당 4만8,000원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느냐”고웃었다.

정재현(27)씨는 겨울방학 동안 여대생도 쉽지 않은 ‘베이비시터’(보모)로 나섰다.시간당 4,000원을 받는 정씨는 “아기와 7시간을 씨름하고 나면 진이 빠지지만 개학 후어학연수를 위해 참는다”고 말했다.

목소리가 낭랑한 여대생들은 ‘모닝콜 서비스’로 몰린다.한 명이 30명의 고객을 책임지며 영어·일어회화 서비스도 제공한다.

D대 컴퓨터학과 4학년인 고원경(24·여)씨는 구직이 여의치 않자 ‘애정표현 대행업’을 창업했다.개인 홈페이지로 주문을 받아 종이학,장미꽃 모양의 초콜릿 등 선물을 만들어 준다.

유상훈(22·H대 전자공학과 4)씨는 ‘아르바이트 전쟁’을 예견하고 지난해 9월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주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했다.유씨는 “방학 시작 이후 매일 1만여명이 구직 신청을 하고 있다”면서 “아르바이트 자리를준다고 속여 돈을 뜯어내는 사기 사건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창구 이영표기자 window2@
2002-01-1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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