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좌담/ 대입제도 이대로 좋은가

전문가 좌담/ 대입제도 이대로 좋은가

입력 2001-12-31 00:00
수정 2001-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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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학년도부터 새로 도입된 대입제도는 말도 많고 탈도많았다. 대학 서열화를 없애기 위해 9등급제가 도입되고 다양한 적성을 지닌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1·2학기에 걸쳐수시모집이 실시됐으나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지난해에 비해 크게 어려워진 수학능력시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수능 원점수 비공개 방침도 논란이 됐다.새 대입제도의 부작용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학부모와 교사, 입시기관, 대학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강 교사] 2002학년도 대입에서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서 장점도 있었지만 부작용도 있었다.수험생과 학부모,교사모두 혼란이 심했다. 소질이나 특기적성을 살리는 전형보다는 내신 전형이나 학교장 추천이 너무 많아 수시 모집의 본뜻을 살리지 못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수시모집 때문에수험생들은 1년 내내 입시에 매달려야 했다.9등급제를 최저학력 기준으로 활용한 것은 바람직했지만 수능 점수의 폭락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하겠다.

[백 실장] 재수생들은 대부분 수시보다 정시에중점을 뒀다.수능이 어려워진 탓에 재수생이 크게 유리했다는 점이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대입제도의 방향은 옳다고본다.대학 서열화 방지에 큰 역할을 했다.

교차지원은 폐지돼야 한다.수학에서 유리한 인문계 학생들이 자연계로 지원하면 자연계 학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수한 학생을 뽑고 싶은 마음에서 교차지원제를 도입한 대학들은 학생들을 위해 욕심을 버려야 한다.

[이 국장] 98년 이해찬 교육부장관이 2002년에는 달라진다고 강조했던 약속이 어느 정도 지켜졌다고 생각한다.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제도를 탓하지만 크게 잘못되지는 않았다.수시모집이 활성화된 것은 다행이다.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을선발하는데 찬성한다.

[배 실장] 올해 대입제도가 혼란스럽고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대입 정책의 기본을 이해하면 그렇지 않다.제도가 처음시행돼 그런 것 같다.

가장 큰 장점은 수시모집이었다.대학마다 학생 선발방법이특성화됐다. 심층면접을 주로 활용한 한양대에서는 참여 교수들이 선발한 학생들에 대해 자신감을 표시했다.모든 학생들을 수시로 뽑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단점이라면 수시모집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자기소개서나학업계획서 등을 스스로 작성하지 못해 교사의 업무량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추천서 문화가 자리잡지 않으면 추천서는 전형자료로 활용되기 어렵다.추천서는 신용사회가 정착됐을 때 가능한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결국 무리수가 생기고 돈 주고 추천서를 쓰는 일도 생겼다.

[강 교사] 수시 1차는 큰 폐단이 없었다.중복합격은 있었지만 나름대로 특성은 살렸다.문제는 합격한 재학생들을 아무도 관리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대학도 고등학교도 하지 않았다.수시 1차에서는 예체능이나 재수생만 선발했으면 좋겠다.

2학기 수시모집에서는 학생부 성적이 낮았던 학생이 합격하면서 붐이 일었지만 미등록 사태가 속출하는 등 적지 않은 문제점도 나타났다.추천서만 해도 너무 많았다.80∼100장까지 썼다는 교사도 있다.지원서를 쓸 때마다 다른 학과를 지원하다 보니 기회주의적인 인간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교육적인 면에서 씁쓸했다.

수시를 보험들듯이 지원하는 것도 폐단이다.능력있는 학생들이 수시 지원을 싹쓸이하는 것이 현실이다.나도 한 학생에게 추천서를 12장까지 써준 경험이 있다.다른 학생에게기회를 양보하라고 권유하기도 어렵다. 이미 지원한 대학에100%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특기 적성을 살린학생을 뽑으면 좋지만 결국 성적 우수자 선발로 변질됐다.

수시모집의 특성을 살리지 못했다.

[이 국장] 대부분의 고교에서는 담임 교사가 자기소개서를부풀려 쓰라고 지도한다고 들었다.말도 안된다.수시모집은대학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외국에서는 이미 잘 시행되고 있다.우리도 잘 할 수 있을것으로 생각한다.

[백 실장] 수시모집은 현재 혼란기다.하지만 몇해만 지나면학업계획서나 자기소개서도 달라질 것이다. 대학도 경험이쌓이면 달라진다.힘들어서 그렇지 대학에서 소개서를 놓고학생들에게 몇 차례만 질문하면 내용이 진실인지 거짓인지금방 알 수 있다.

[배 실장] 대학마다 자기소개서나 학업계획서,심층면접 전형 등에서 노하우가 쌓이면 나아질것이다.뒤처지는 학생을뽑으려는 대학은 없다.다양한 전형을 개발하면 수능보다 더정확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

[강 교사]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의 문장 서술능력을 기르는것은 수행평가와 주관식 문제가 전부다. 각종 참고자료를제시하지만 너무 엉성하다.추천서도 마찬가지다.국어과목교사 외에는 추천서 쓰기란 쉽지 않다.일부 교사들의 작문실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배 실장]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은 수시모집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수시모집 합격자는 정시 지원을 금지하고 지원 횟수는 일선 고교에서 제한해 줬으면좋겠다.수시 미등록 인원은 한차례 정도만 충원하는 것이바람직하다.

[강 교사] 아무도 수시모집을 제한하려 하지 않는다.교육부도 힘들고 대학도 힘든다고 고교에서 해야 하나.일선 고교에서 횟수를 제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백 실장] 당연히 교육부에서 나서야 한다.

[배 실장] 교육부의 원점수 비공개 방침에 대해 수능석차를공개하라는 요구가 거셌다. 반면 학교 서열화를 막기 위해공개해서는안된다는 주장도 있었다.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은 수능을 영역별로 반영하기 때문에 석차는 의미가 없다.

일부 대학에서 총점을 반영하기 때문에 총점 공개 요구가있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백 실장] 서울대와 연세대,고려대 등을 제외하고는 석차는실제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강 교사] 각 대학 홈페이지에 전년도 입시 결과는 다 나와있다. 예전에는 일선 고교에서 배치기준표 등을 진학 지도에 활용했지만 총점 석차가 없는 상황에서 큰 혼란이 생겼다.올 입시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총점 반영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영역별 점수 반영의 장점이 있지만 일선 고교에서는 그것을비교 측정할 방법이 없다.일선 학교에서는 뭘 믿고 진학지도를 해야 할 지 막막하다.

[강 교사] 올해는 난이도 조정문제도 불거졌다.원점수를 공개하기 때문에 난이도 문제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도 있었다.그런데 수능 시험의 취지는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 공부할 수 있는지 기초 학력을 판단하는 것이다.원점수를 공개하지 않으면 학문 기초 소양 능력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나.표준점수와 함께 원점수도 공개해야 한다.당해 연도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원점수는 공개하되 서열화의 부작용을 불러일으키는 석차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 실장] 수능 외에 실력을 측정할 수 있는 다른 지표가없다는 것이 문제다.현재로서는 논술과 학생부,수능 성적이평가 지표의 전부다. 앞으로 대학들은 수능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전형을 개발해야 한다.

[백 실장] 변환표준점수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학생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원점수를 공개하는 것도 필요하다.

[강 교사] 대학과 교육당국에 대해 다음 사항들을 주문하고싶다. 대학의 양적 팽창이 너무 커져 특성화가 사라졌다.영역화된 학과가 특성을 가져야 서열화를 막을 수 있다.결국학생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학과를 지원해야만 재수생도 줄고 사회적응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새로운 제도의 시도자체는 좋았지만 혼돈의 1년을 보냈다.항상성을 유지할 수있도록 일관성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 국장] 학부모부터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아이들은수많은 정보 속에서도 대학 평가까지 관심을 보일 만큼 적성을 중요시한다.반면 학부모들은 서열이 머리 속에 박혀있어 아이들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아이들의 적성과능력을 키워주고 물꼬만 제대로 터준다면 잘 될 수 있다는확신을 학부모들에게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대학 서열화는마음만 먹으면 깰 수 있다.지금 아이들은 그렇게 크고 있다.

교육부가 총점 원점수 비공개 방침을 고수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특히 언론이 들끓어서는 안된다.교육부가 일관성있는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언론이 도와줘야 한다.교육부가 뭔가 해보려고 해도 언론이 도와주지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언론은 학생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써달라.

[백 실장] 제도 자체의 큰 흐름은 맞다.우리 학원에서도 서울대와 포항공대에 동시 합격하는 학생이 서울대만 고집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서열화는학벌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 탓이다.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 일관성있게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

[배 실장] 대학들은 수능 비중을 줄이고 특성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교육부는 수시에서 모집단위 광역화를 풀어서몇개 학과라도 튈 수 있게 해야 한다.대학도 다양한 선발방법을 개발하지 않으면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없다.10년쯤지나면 대학 서열도 많이 바뀔 것이다. 안이하게 대응하면뒤처진다.

진행 박홍기 기자 정리 김재천기자 patrick@.

●참석자 배영찬 한양대 입학관리실장 강병재 서울외국어고 교사 백주현 종로학원 상담실장 이경자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고양시지부 사무국장
2001-12-3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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