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Life & Culture] 신창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

[공무원 Life & Culture] 신창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

류길상 기자 기자
입력 2001-12-22 00:00
수정 2001-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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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보고 들어봐야 판결 내리죠”.

환경에 대한 관심이 지금같지 않았던 지난 95년,경기 의왕시장에 출마한 한 후보가 ‘환경 전문가’를 자임,이색후보로 주목받았다.주변에서는 “길거리에서 ‘환경’이라는 말한마디 할 때마다 10표는 떨어져 나간다”고 말렸지만 그의의지를 꺾지는 못했다.결국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그 사람이 신창현(申昌賢·49)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이다.

신 위원장이 환경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0년 야당(당시 평민당) 전문위원 시절 터진 팔당호 상수원 골재 채취 사건때.‘사회부 기자처럼’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했고 당시 이 사건은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이후 강원도 고성 잼버리대회장 환경 파괴 사건,서울시 정수장 중금속 오염사건이 이어졌고,91년에는 전국민의 환경 의식을 드높인 낙동강 페놀사건이 터졌다.

신 위원장은 지역주민들을 만나러 다니고,환경파괴 현장을발로 누비며 환경전문가로 거듭났다.야당 전문위원 명함이일하기 불편하다고 판단,환경정책연구소를 설립해 환경운동가로 나섰다.99년에는‘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회장에 선출되었다.올 한해에만 147건을 접수해 117건의 환경분쟁 사건에 대해 알선·조정·재정 절차를 밟은 분쟁조정위원장 자리는 어쩌면 그때 예약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농약공장의 악취 때문에 피해를 보았다거나 인근 개 사육장의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하겠다는 주민들의 원성은 직접 현장을 찾지 않고는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신 위원장은 “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개연성만 인정되면 피해배상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환경오염피해분쟁조정법이 가해자에게 과실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할 책임을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피해자가 농민인데 이들이 무슨 수로 건설 현장의 소음,진동이 자신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입증하겠습니까?” 조정위 심사관과 의사,엔지니어,교수 등 전문가들이 꼼꼼히 현장 조사를 마치고 나면 애매한 태도를 보이던업체(가해자)들도 두손을 들고 만다.

주로 약자의 손을 들어주다 보니 포도,딸기,배,단감 등 철마다 나는 과일들이 과천청사에 배달되기도 한다.농민들의땀과 정성이 밴 선물을 받고 나면 “내가 바른 일을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신 위원장은 95년 의왕시장에 당선된 뒤 환경시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전국 최초로 음식물 퇴비화 사업을 실시하고 왕성저수지 인근에 하수종말처리장을 세운 것.그때나지금이나 쓰레기 매립,소각장 등 이른바 혐오시설에 대한 주민 반대는 똑같았다.시장 공관을 하수처리장 부지로 옮기겠다는 공언을 하고서야 정책을 실현할 수 있었다.그가 시장직을 물러난 뒤 이 공약은 ‘공약(空約)’이 돼버렸다.

99년부터 청와대 환경비서관으로 근무하다 지난 3월 분쟁조정위원장으로 부임했다.맨 처음 시작한 일은 환경분쟁 소식지 발행.분쟁위가 탄생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무슨일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많은 민원인들이절차를 몰라 시·군-시·도-건설교통부-청와대-국민고충처리위원회를 돌고 돌아 분쟁위를 찾아온다.그달의 주요 판결과기고문을 담은 소식지는 시·군·구,언론기관은 물론 각 경찰서 정보과,환경 시민단체에 골고루 뿌려진다.

신 위원장은 “내년부터는 중앙으로만 찾아오는 민원을 지자체에 분산시키기 위해 지자체 환경민원 담당 공무원에게분쟁위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민원인들의 서울 발걸음이 쉽지 않을 뿐더러 규제에만의존하다 보니 협상과 조정에 유독 약한 공무원들에게 ‘맞춤형 행정’을 가르쳐주고 싶기 때문이다.

판결을 내릴 때는 냉철함을 유지해야 하는 조정위원장이지만 자신보다 퇴근이 늦는 부인을 위해 저녁도 짓고 아이들바라지도 곧잘 한다.부인 조성은(趙晟恩·38)씨는 야간근무를 밥먹듯이 하는 여성부 공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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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길상기자 ukelvin@.
2001-12-2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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