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햇볕·포용만이 희망

[대한광장] 햇볕·포용만이 희망

김성재 기자 기자
입력 2001-12-10 00:00
수정 2001-12-1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어느덧 12월 중순으로 접어들어 얼마 후면 한해를 마감하게 된다.정말 세월이 살같이 빠르다는 말이 다시금 실감나게느껴진다.2년 전 세계는 인류가 지금까지 전혀 경험해 보지못한 새로운 밀레니엄의 도래에 대해 흥분하며 희망에 들떠있었다.새 밀레니엄의 시작이 2000년이냐 2001년이냐 하는논쟁도 있었지만 2000년이 가고 이제 2001년도 저물고 있다.

그런데 인류는 벅찬 흥분 속에 맞이했던 새 밀레니엄의 첫해 또는 둘째 해를 보내면서 무슨 희망을 성취했는가를 반문하게 된다.세계의 양식이 있고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인류가 지구의 파멸을 막고 앞으로 새로운 천년을 희망으로 살아가려면 지금까지 살아온 세계관과는 전혀 다른 세계관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지나온 2,000년간 인류가 살아온 세계관의 중심 가치는 소유와 정복이었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소유와 정복을 한 사람이 영웅이고성공한 사람이고 인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소유와 정복의 세계관이 가져온 지난 2,000년 동안의 결과는 절망이고 죽음이었다.

이것은 가난한 사람과 정복당한 약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아니라 많은 부를 소유한 사람이나 정복자에게도 마찬가지결과를 초래했다.그래서 인류가 새 천년을 절망과 죽음으로맞이하지 않고 희망과 생명으로 맞이하려면 소유와 정복의세계관에서 나눔과 섬김의 세계관으로 전환된 가치의 삶을살아야 한다고 했다.이것은 인류가 가지지 않으면 안될 새로운 보편윤리의 가치이며 또한 이것은 인간 상호간의 관계만이 아니라 자연과의 관계에서도 가져야 할 가치로 말했다.

유엔은 이런 새로운 세계관과 가치전환의 삶을 실현하기 위해 2000년을 ‘세계평화문화의 해’로 정하고 세계 각국이향후 10년을 평화문화를 정착시키는 실천을 하자는 약속을했다.

그런데 인류가 새 천년을 맞으며 한 평화공존의 약속이 첫해도 가기 전에 깨지고 말았다.국경을 넘어선 무한 경쟁의세계화는 지구마을(global village)을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지구식민지(global pillage)화를 촉진시켰고 국내·국제적으로 부익부 빈익빈을 더욱 심화시켰다.미국 중심의 세계화는 세계 각국에 반미감정을 불러일으켰고,급기야 뉴욕에서 9·11테러 참사가 발생했다.미국이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하고 있지만 이 테러와 전쟁의 의미를생각하는 사람들은 이것은 단지 지금의 전쟁으로 끝날 일이아니라고 말한다.

특히 오늘의 전쟁은 과거와 달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테러형태로 전개되기 때문에 인류가 새로운 전쟁 공포에서 해방되려면 전 세계 가난한 사람들과 약소민족 또는 약소국가의 생존권을 함께 해결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우리 역시 새 천년을 희망으로 맞았다.특히 새 천년은 우리 민족에게 큰 평화의 선물을 주었다.남북한 두 정상은 2000년 6월15일 두 손을 맞잡아 높이 들고 국내는 물론 세계 앞에 한반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공동선언을 했다.이후 한반도에는 지난 50년간 굳게 얼어붙었던 냉전체제가 녹기 시작했고 상호 적대감이 화해와 협력의 훈풍으로 바뀌었다.남북이산가족의 재회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드라마로 전세계를감동시켰고,시드니 올림픽의 남북한 선수 동시입장은 10만관중의 기립박수 속에 전 세계 수백만 시청자로부터 평화의축복을 받았다.또한 금강산은 이제 더이상 그리움의 노래 대상이 아니라 서로 얼싸안고 민족의 평화,통일,번영을 마음껏 외치고 노래할 수 있는 봉우리가 됐다.

그러나 이러한 감동과 감격은 잠시뿐이고 한반도에는 햇볕을 가리는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냉전을 녹이던 봄바람이다시 찬바람으로 변하려고 하고 있다.또한 미국이 북한을 제3의 테러국으로 지명함에 따라 북한만이 아니라 남한도 전쟁의 위협에 놓이게 됐다.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남과 북은어느 한쪽이 승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 패자가 되고 한민족은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그렇기 때문에 우리 민족의최대 과제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전쟁을막고 평화공존하는 길은 서로를 이해하고 돕고 따스하게 감싸주는 햇볕과 포용밖에 없다.햇볕과 포용만이 우리 모두에게 희망이다.

김성재 학술진흥재단 이사장
2001-12-10 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