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숙 칼럼] ‘여성’ 아닌 ‘엄마’를 보라

[임영숙 칼럼] ‘여성’ 아닌 ‘엄마’를 보라

임영숙 기자 기자
입력 2001-12-07 00:00
수정 2001-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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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선거의 해’를 앞두고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여성표 구애작전에 나섰다.시·도의원을 선출하는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의 절반을 여성으로 공천한다는데 여·야가뜻을 같이 한 것으로 최근 보도됐다.그뿐 아니다.여성단체 주최 세미나에 각 당을 대표해 나온 이들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지역구 후보의 30%를 여성으로 공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실현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립 서비스’성 선심발언들도 섞여 있지만 어쨌든 여성계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인구의 절반이 여성이라지만 ‘여성할당 50%’ 확정은 큰 진전이다.그로 인해 지방선거에서 늘어날 광역의회 비례대표 여성의원이 비록 10명 정도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여성할당 50%’의 상징적 의미는 크다.

그러나 각 정당이 여성유권자의 관심을 끌고 여성표를 얻고 싶다면 결혼한 여성들의 가장 절실한 문제인 육아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전업주부의 75%가 취업을 희망(여성부 조사)하는데,여성취업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보다 육아부담(통계청자료)이라고 한다.여성 자신이 육아를 가장 큰 문제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보통 여성들이 ‘발등의 불’로 느끼는 것은 여성차별이 아니라 육아문제인 셈이다.

어머니들의 가장 큰 불만은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곳이없다는 것이다.특히 세살 이전의 영아를 맡아 돌봐주는 시설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다.게다가 짧은 시간에 보육시설을 늘리는 데만 급급했던 정책 탓에 영유아보육과 조기교육이 뒤엉켜 영역다툼이 벌어지고 있다.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정책과 지원은 미미하고 민간에 의한 상업적인 시설이 대부분이어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영아보육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시설과 교사의 자질 미흡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가 손자를 돌봐주던 것도 옛날 일이 돼가고 있는 지금 맞벌이 주부의 경우 출근 전 아이를맡기는 문제로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고,‘날마다 퇴직을 생각’하게 된다.따라서 우리 여성 취업구조는 가장 활발히 일할 나이인 30대 여성의 취업률이 가장 낮은 이상한 모습을 보인다.선진국의 경우 영어 알파벳의 U자가 뒤집힌 듯한 모습으로 30∼40대 취업률이 가장 높지만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허리가 잘룩 들어간 M자형으로 나타난다.그러고 보면 급속한 출산율 저하는 당연한 결과다.

자녀양육은 이제 더이상 여성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다.

“국가가 아이를 책임진다”는 원칙 아래 보육시설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프랑스처럼 우리도 정책의 우선순위를재점검해 보아야 할것이다.가정환경이나 부모 수입에 관계 없이 아이가 높은 수준의 보육을 받고 여성들이 어려움없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가장 좋은 투자다.육아부담 해소를 통한 고급 여성인력 활용이 한국 경제도약의 필수요소임을 외국의 한 컨설팅 업체가 이미 지적한 바 있다.모성보호나 육아시설을 위한 투자는 인구대책 차원에서도 중요한 일이다.

민주당은 여성정책에서 어느 당보다 진취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한나라당의 이연숙 부총재는 10년 전쯤 어린 손자를 돌봐주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 경험을 갖고 있다.여·야가 경쟁적으로 육아대책을 선거공약으로 내놓는다면여성들은 크게 환영할 것이다.아파트를 지을 때 노인정을 만들듯이 보육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다든지,영유아 보육정책을 보건복지부에서 여성부로 옮겨 정책의 우선순위를 확고하게 보장한다든지,영유아 보육법을 확실히 개정한다든지 하면 여성들의 육아부담은 상당히 해소될 수있을 듯싶다.육아부담 해소는 맞벌이 부부들뿐만 아니라그 부모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되고 끊임없는 아이들과의 실랑이에 지친 전업주부에게도 희소식이 될 터이니 특정이익집단보다 확실한 몰표를 정치인들에게 안겨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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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숙 / 대한매일공공정책연구소장 ysi@.
2001-12-0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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