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1조원의 두께

[씨줄날줄] 1조원의 두께

김경홍 기자 기자
입력 2001-12-05 00:00
수정 2001-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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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으로 1조원을 본 사람이 있을까? 돈을 찍는 조폐공사에 근무하는 사람조차도 1조원을 본 사람은 없다고 한다.1조원이라는 돈을 한 곳에 쌓아놓았다고 하더라도 엄청난양이어서 한눈에 볼 수도 없을 것이다.

1조원의 두께를 따져보자.만원권 지폐로 쌓으면 100만원의 두께는 대략 1㎝ 정도가 된다.1억원이면 1m,1,000억원이면 1㎞가 될 것이다.1조원은 무려 10㎞나 된다.세계에서 제일 높은 에베레스트산이 8,848m이니까 에베레스트 높이만큼 만원권을 쌓으려면 대략 8,848억원이 든다.경부고속도로는 428㎞다.이 길이만큼 만원권을 쌓으려면 42조8,000억원이 든다.1조원이라는 돈은 이처럼 감히 상상할 수도없는 양이다.

1조원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물건으로 따지면 비교할 것이 거의 없다.2억원 정도하는 아파트로는 5,000채 값이고,국산 최고급승용차 2만대 값이다.

부실금융기관 등에 투입된 공적자금 가운데 절반 이상이회수가 어렵다고 한다.지금까지 조성된 공적자금은 모두 158조9,000억원이다.한국경제연구원이 3일 발표한 보고서에따르면 이 공적자금가운데 원금손실 84조6,000억원,이자지급 44조8,000억원,기회비용 9조9,000억원 등 모두 139조3,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한다.새해예산안 규모가총 112조5,800억원이고 보면 우리나라가 일년 살림을 살고도 남는 돈이다.국민이 가구당 1,000만원씩 부담해야 하는돈이다.

139조3,000억원이라면 만원권 두께로 경부고속도로 길이의 3배 넘게 쌓을 수 있고,에베레스트의 157배 높이로도쌓을 수 있다.가치로 따지면 현재 건설중인 경부고속철도를 13개나 깔 수 있는 돈이다.2억원짜리 아파트가 69만6,500채나 된다.

이런 어마어마한 돈이 당국의 판단 잘못과 관리부실,악덕기업주의 빼돌리기,회계법인의 눈감아주기 등으로 인해허공에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모두가 국민 부담이다.

한꺼번에 국민들에게 가구당 1,000만원씩을 내라고 하면폭동이 일어날 것이다.굳이 1조원이니 139조원이니 하는돈의 두께나 가치를 따진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김경홍 논설위원honk@
2001-12-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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