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위기의 리더십

[데스크 칼럼] 위기의 리더십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2001-11-23 00:00
수정 2001-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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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라고는 하나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90%가 넘는 지지율을 누리는 것은 놀랍다.그는 이런 높은지지를 바탕으로 의회와의 관계는 물론 국정 전반에서 대단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프간 전쟁과 관련,한때 그는 의회 정보 브리핑 대상을 전체 의원 중 극소수로 제한할 것을 제의했다.의회가 펄쩍 뛰며 들고 일어나자 의원들로부터 정보유출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다음에야 이 제의를 철회했다.

확전여부에서부터 테러범 색출을 위해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중대사가 대통령 한사람의 손에 달린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야당인 민주당도대통령의 이런 ‘원맨쇼’에 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미국 언론들은 지금 부시의 입지를 2차대전 때의 프랭클린루스벨트 대통령에 비견하고 있다. 과도한 권한 집중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도 있지만 아직은 소수의 목소리다.

대통령의 권한은 필요에 따라 강해지기도 하고 약해지기도한다. 특히 전시에 권한이 커지는 이유는 국민 모두가 위기를 통합조정하는 인물의 필요성에 공감하기 때문이다.베트남전 때 린든 B 존슨이 그랬고 가까이 걸프전 때는 전임 부시 대통령이 그러했다.

지금 우리 대통령의 위치는 어디쯤에 해당될까.물론 우리는 지금 전쟁중에 있지 않다.따라서 부시와 김대중 대통령을 상대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하지만 지금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각종 위기감도 ‘준준…전시’쯤은 되는 것 아닌가.야당이 국정원장과 검찰총장의 탄핵시기를 못박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각종 현안에 대한 해법이여당내 대선주자들간에도 제각각이다.대통령의 ‘의중’은별 안중에 없는 듯한 태도들이다.

이런데도 대통령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해오던 대변인의 오전 브리핑도 최근 그 횟수가뜸해졌다고 한다.백악관에서 매일 오후 1시면 어김없이 대변인 브리핑이 열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대통령과 청와대의 침묵이 혹시 조기 레임덕에 대한 우려를 더 키우고 있지는 않은가.여당 총재직을 버리면서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하겠다던 대통령의 약속은 퇴색한 것일까.경제전문지 포천이 최근 소개한 리더십의 5개 덕목 중 첫째는 ‘대중앞에 자주 등장하라’는 것이었다.부시대통령이누리는 높은 지지율은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소상히 공개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아쉽게도 지금 우리 모두의 가슴을 억누르는 각종 스캔들,답보상태에 놓인 남북문제와 교육,막막한 실업문제에 대해서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지국민들에게 명쾌하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학의 권위자인 위스콘신대 찰스 존스 교수는 “위기는 리더십을 부른다.문제는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 얼마나효과적으로 쓰느냐는 것이다”고 말했다. ‘제왕적(帝王的)대통령’을 원하는 게 절대 아니다. 야당총재나 대권 주자들이 토해내는 말과는 차원이 다른,위기에서 발휘되는 국정최고 책임자의 리더십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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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국제팀장 yeekd@
2001-11-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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